'수상한 커튼' 싱글 "이방인" 리뷰, 지친 가을의 시적 푸념? 사막 한 가운데 선 "이방인 (Stranger)"
기 (起)-승 (承)-전 (轉)-결 (結). 일을 시작하고, 한껏 기운을 끌어올려 보지만 갈등과 고민은 어김없이 결말에 앞선다. 9월이 그러하다. 독려하며, 위로하며 치열하게 내달렸지만 결실을 앞에 두고 많은 이들은 고독과 상념에 신음한다. 이름하여 상심의 계절, 고독에 내몰리며 마음을 다치는 가을의 우울함이 단지 찬바람 때문만일까? 2015년, 매달 그 계절, 그 시간의 감정과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 은 수상한 커튼의 일 년 프로젝트 9월의 곡으로 이방인이라는 심상을 선택했다.
가도 가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불안한 마음에 역설적으로 계속 걸어갈 수밖에 없는 마음을 "이방인 (Stranger)" 이라는 제목 아래 담아냈다. 지난 8번의 싱글을 통해 전반적으로 행복과 낭만의 심상들을 곡으로 풀어냈지만 이번 싱글에서는 확연하게 변화가 느껴진다. '수상한 커튼' 은 하루하루 지내다 문득문득 내가 잘 해나가고 있는 걸까? 라는 불안함과 가까운 미래에 대한 막막한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가끔 느끼게 되는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을 가사에 담았습니다. 라며 곡을 소개한다.
쉽게 생각하면 1년이라는 긴 프로젝트의 결말을 앞에 둔 개인적인 푸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가사를 반복해서 느끼면 슬프게도 격한 공감의 길에 빠져든다. 가보려 해봐도 다다를 수 없는, 가도 가도 같은 자리와 같은 가사는 목적 없이, 또는 목적을 박탈당한 우리들이 매일 느끼는 불안하고 불만스러운 시대 현실이다. 노래 속에서 '수상한 커튼' 은 눈도 입도 모두 닫은 채 나만의 세상 속으로라며 고립을 선택했다. 어쩌면 삶을 연속된 상심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그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방인이 되어보는 거다. 동화되기 위해 다치고 다치며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보다 생산적인 선택이다. 사운드는 편안한 느낌의 모던록이다. 어쿠스틱의 매력이 여전히 살아 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꽉 찬 사운드 위로 일렉트릭 기타가 선명한 감정을 내던진다. 거친 질감으로 뽑아 낸 보컬 또한 곡에 담긴 가사들과 어울리며 감성을 자극한다.
가을은 고독한 계절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을은 가장 낭만적인 계절로 통한다. 상심이 만들어 낸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이 낭만을 극대화시킨다. 상처 받은 이방인들이 나만의 세계에 빠져 대중을 위로한다. 그렇게 위기의 시간을 지나면 따뜻함을 함께 나누는 한 해의 결말이 다가오곤 했다. (글 : 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