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E1 [그리워해요]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은 세상 이치다. 그 사랑은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 싱그러운 첫사랑에 어울리는 봄, 갑자기 찾아오는 열정에 불타오르는 여름과 달리 11월은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고 미련을 남기기에 적절한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이쯤이면 고전적인 형태로 은근하게 사랑을 표현한 음악이 그리워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고단백, 고열량의 음악에만 빠져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인지 2NE1이 부르는 캐주얼하면서도 세련되고 섹시한 음악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듣기 편하면서 중독성이 강한 "그리워해요"는 로우 베이스가 강한 신스 사운드와 록발라드 피아노가 주축이 된 음악이다. 따로 드럼비트나 베이스 없이도 사운드가 빈틈 없이 꽉 채워진 몽환적인 발라드 곡인 것이다. 마이너 진행의 다크한 분위기로 시작해 후렴구에서는 메이저 진행의 웅장한 록발라드 피아노가 주를 이룬다. 피아노는 2NE1의 "아파" 등을 작업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선우정아가 연주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마치 한 폭의 정물화같다. 물을 아주 많이 탄 물감으로 조금 그리고, 며칠 미뤄두고 또 조금 그리고 한 것 같다. 클라이막스는 고음 위주의 "그리워해요" 후크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달콤하고 독한 술처럼 중독성이 강하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2009년 "롤리팝"을 외치며 등장한 2NE1은 그 자체로 어떤 충격이자 하나의 사회 현상이었으며, 문화 그 자체였다. 어떤 구구절절한 설명도 필요 없이 그저 눈과 귀에만 의지한 채 특유의 비주얼 쇼크를 즐기면 될 뿐. 그들은 유난스럽거나 떠들썩하지 않다. 그런 점은 2NE1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들이 추구하는 그 불완전한 쿨함, 독립성, 그리고 독특한 아름다움은 곧 전세계 음악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의 스타일을 바꿔놓기 시작했으니까.
이제 다 잘 모르겠다. 다 비슷해 보이고 별로 신선하고 예쁠 것도 없고, 닮고 싶어 죽겠는 사람들은 더더욱 없다. 뭔가 대단하고 강력한 것이 필요하다. 그런 기분이 들 즈음 오랜만에 가슴이 두근거릴 음악이 등장했다. 자기 방식을 고집하면서도 어떤 금기가 없는 음악을 하는 2NE1, 아름다움과 멋지다는 것에 대한 모든 미사여구를 제압시켜버릴 수 있는 아티스트 2NE1의 "그리워해요"가 그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