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작곡과 이성적인 연주가 조화를 이루는 '성현'의 데뷔 앨범 [Good Morning Good Night]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 (Erik Satie)는 자신의 음악을 두고 '가구 음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자신의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마치 가구처럼 말이다. 그의 대표작인 "짐노페디 1번"이 어느 한 침대 회사의 CM송으로 사용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는 음악사에서도 다분히 눈에 띄는 존재이다. 그의 선배들과 후배들이 여전히 높은 몰입도를 필요로 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었지만, 사티는 조금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추구했다. 그가 말한 가구 음악은 이런 것이었으리라. 그렇다고 그의 음악을 가벼운 것으로 여기지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길. 그는 그 편안함 속에 냉소적이거나 유쾌하거나 비판적인 어조를 담아낼 줄 아는 진지한 음악가였다.
현재는 뉴에이지가 그가 주창했던 가구 음악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뉴에이지는 같은 연주 음악 장르인 클래식이나 재즈의 애호가들에게는 늘 외면의 대상이었다. 지나치게 감성적인 선율과 빈약한 음악적 구조가 그런 시선의 중심에 위치했다. 실제로 많은 뉴에이지 음악은 비슷한 지향점을 지닌 엇비슷한 모양새를 띠었다. 많은 사람은 그 직관적인 소리에 매혹되었지만, 곧 일반화된 모형의 반복에 금세 질려 떠나곤 했다. 이번 성현의 [Good Morning Good Night]이 뉴에이지 앨범이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았을 때 내게도 그러한 편견이 앞섰다는 점을 고백한다. 나 역시 앞서 말한 그 과정을 이미 몇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현은 그러한 일반화된 소리를 담지 않았다. 그는 직관적인 선율을 담았지만, 결코 그걸 내세우진 않는다. 곡이 흐르는 과정 속에서 선율적인 테마가 흘러나오지만, 그건 그 과정을 일부로 자리한다. 대표적으로, 짧은 프레이즈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Empty"와 앨범 타이틀곡 "Closed Universe"에선 프레이즈의 음과 강세에 약간씩의 변화를 주면서 전체적인 빌드업을 완성해나간다. 일반적인 뉴에이지의 음악적 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한 모양새다. 마치 에릭 사티의 음악이 그랬듯, 성현의 음악 역시 쉽게 들리는 것 이상으로 나아간다. 곡 하나하나에 주제를 부여하고 그 주제에 부합하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묘사한다. 일부 수록곡을 안정적인 끝맺음 없이 종결하는 이유도 이런 지향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앨범 곳곳에선 유기적인 흐름 구현에 대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앨범 제목으로 삼기도 한 두 축 "Good Morning"과 "Good Night"은 앨범의 가장 앞과 뒤에 위치하며, 이 앨범이 아침에서 밤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시간적 흐름이 존재한다는 점을 짐작하게 한다. 하나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수록곡들은 긴밀한 유기성을 매개로 이어져 있다.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슬픔의 정서도 앨범의 통일된 느낌을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다소 침체된 정서를 공유한다. 성현은 이번 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직접 작곡했다. 그가 쓴 곡들은 특별히 흠잡을 데 없이 탁월하다. 청자의 감성을 집요하게 자극하는 슬픔의 정서를 담아 작곡했지만, 연주는 상대적으로 이성적이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그의 연주는 곡이 지나친 감성으로 쏠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듯 그의 작곡 능력과 연주 능력은 일정한 균형을 맞춰나간다. 그의 음악에는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감상자가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썼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예술가적 노력이 담겨있다. [Good Morning Good Night]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쟁취해낸 것이 분명한 작품이다.
류희성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