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커튼' 싱글 [보름달 (Full Moon)] 리뷰
믿음과 다른 위로의 소원. 희망의 독백 "보름달 (Full Moon)". 무대에 선 배우에게 핀 조명이 떨어지면 독백을 시작한다. 원형 조명의 밖은 어둡고 조용할 뿐이다. 숙였던 고개를 빛을 향해 들어 올리고 체념과 바람을 쏟아내는 이 장면, 왠지 익숙하다. 고요한 밤거리를 지나다 마주한 보름달은 핀 조명처럼 나만을 비추고, 고립의 낭만은 비뚤어진 마음을 움직여 달님과의 협상을 이끈다.
2015년, 매달 그 계절, 그 시간의 감정과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 은 [수상한 커튼의 일 년] 프로젝트 10월의 곡으로 "보름달" 이라는 심상을 선택했다. 추석 날 저녁 산책길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모티브가 됐다. '수상한 커튼' 은 믿지 않는다는 말을 뱉으면서도 보름달을 보며 저마다 자신의 소원을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곡을 만들었다. 이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소박함. 최대한 말하듯 노래하며 의도적으로 심심하게 곡을 풀었다. 무대 위 배우처럼 달 아래서 조용히 내뱉는 독백이 머리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사운드에서는 아코디언소리가 귀를 잡아끈다. 명료한 기타 사운드를 나른하게 펼쳐내는 아코디언의 매력이 달빛 아래 따뜻한 풍경을 그려낸다.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티브가 되긴 했지만, 곡의 주체는 화자 자신이다.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의 끝, 터벅터벅 술에 취해 거리를 걸으며 올려 본 보름달에 들릴 듯 말 듯 간절한 바람들을 뱉어내는 곡의 내용에서는 믿음의 소원이 아닌 스스로에게 작은 희망을 던지는 위로의 소원이 느껴진다. 언제 본지도 모를 하늘은 이토록 아름다웠나라는 가사에서는 하늘 한 번 올려보지 못하는 갑갑한 일상이 보름달 아래에서 잠시나마 위로받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상한 커튼' 의 현실적 감상이 달을 거듭할수록 더 깊게 강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매 월의 쉽지 않은 창작이 만들어 낸 값진 성장이다. (글 : 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