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컬러'로 각인되는 밴드 '땅고 비올레'(Tango Violet)
라틴/프렌치 밴드 '땅고 비올레(작사 작곡 및 피아노 고수진, 아코디언 김경호, 콘트라베이스 최윤주, 보컬 고선하, 드럼 및 퍼커션 이혜련)'가 첫 싱글 [Tango pour l'amour]를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두 번째 싱글 [Tipsy]를 발표했다. 온라인 배급은 첫 싱글과 마찬가지로 미러볼뮤직이 맡았다. 리더 고수진은 지난 12월 발매된 첫 싱글에서도 하나의 주제를 여러 가지로 풀어냈다. 요즘 가장 흔한 주제인 '사랑'을 [Tango pour l’amour (사랑을 위한 탱고)]에서는 본인이 정의하는 사랑에 대한 이중성으로, [유감]에서는 이별을 앞에 두고 상처받기 싫어 사랑을 속이는 우매함으로, [밤의 왈츠 (Qui prendra sa main?)]에서는 누군가 날 사랑해 주길 바라며 한없이 아름답게 춤추는 기다림의 모습으로. '땅고 비올레'의 두 번째 싱글 [Tipsy]는 영어로 (술에) 약간 취한, 알딸딸한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첫 번째 싱글이 '사랑을 위한 탱고'라는 타이틀로 '사랑'을 주제로 선보여 졌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 싱글은 "Tipsy"라는 타이틀로 '알딸딸함'의 여러 면모를 표현하고자 했던, 전반적인 작곡을 맡고 있는 리더 고수진의 의도가 확실히 보이는 제목일 것이다.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취기에 빠져 휘청이는 주홍빛 하늘"은 경계에 대한 곡이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알딸딸한 정도의 음주를 하고 나면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다. 아마도 그것이 술을 빌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한. 파랗던 하늘은 주홍색으로 보이기도 하며, 곧은 길이지만 휘청이며 걷기도 한다. 경계의 아슬아슬함 속에서 느껴 지는 많은 감정들을 표현 해낸 곡이다. 휘청이는 듯한 아코디언이 이끄는 멜로디 뒤에 숨어 있는 피아노, 베이스, 퍼커션들은 흔들리지 않는 리듬 안에서 강약 조절을 통해 마찬가지로 휘청임을 표현한다. 중간 부에 나오는 보컬과 피아노의 유니즌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말은 아니고, 노래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노래는 아니다. 알 수 없는 혼돈 속에 있다. 간단히 생각해 보면 사랑이 떠난 지금 상실감에 몸서리가 쳐지기도 하지만 자유롭기도 한 그 느낌이다. 단순한 탱고 리듬을 베이스로 한 이 곡은 들으면 들을수록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다. 혼란스러우며 즐겁다. 멀쩡하지만, 멀쩡하지 않다. 그 뒤를 따르는 2번 트랙 "Make us be in heaven"은 술이 아닌 사랑하는 이의 미소에 취한다. 따뜻한 EP로 시작을 열고 곧 보컬은 사랑하는 당신이 날 바라보며 짓는 미소, 그것이 우리를 천국으로 데리고 간다는 노랫말을 마치 귓가에 속삭이듯 노래한다. 그 미소에 취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들이 천국이 되어 따뜻하고 행복하다. 그것은 분명 영영 벗어나고 싶지 않은 순간이며, 영원이길 바라는 경계일 것이다.
[Tipsy]에 수록된 두 곡을 듣고 나면 너무 다른 컬러 감으로 인해 과연 같은 아티스트의 같은 앨범 수록 곡이 맞는지 의심하는 청자들이 있을 것이다. 땅고 비올레는 공감각을 활용하는 확실한 개성을 갖는다. 땅고 비올레의 땅고는 불어로 주황색, 비올레는 보라색을 지칭하며 그들은 "Tango처럼 정열적이면서도 Violet같은 감성으로 세상에 만연한 사랑을 풀어내는 Tango violet"라는 카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다시 말해 땅고 비올레의 재료는 세상에 만연한 사랑이며 그 해석 도구는 정열적인 주황과 감성적인 보랏빛 컬러다. 색을 통한 음악의 해석. 시각과 청각을 연결시키는 아이디어를 원동력으로 그들의 음악은 작동한다. "취기에 빠져 휘청이는 주홍빛 하늘"은 완벽한 Tango-정열적인 주황-이며 "Make us be in heaven"은 완벽한 Violet-감성적인 보라-이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24일엔 땅고 비올레의 세 번째 싱글이 발매될 예정이다. 꾸준히 싱글을 선보이며 재즈 클럽 등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의 개성 있는 음악을 또다시 곧 만나게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