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텐버즈 [구경]
2015년에 그리는 1990년대의 어떤 자취, 2014년 9월, 디지털 싱글 [Reticent X]를 공개한 이 후, 나는 구텐버즈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한편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다. '간판' 모호의 보컬을 떼어낸 (그것이 일시적인 작업이었는지는 확인해볼 일이지만) 밴드가 '어디로' 향할지, 그 극단적인 실험이 지향하는 바가 기존 팬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고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밴드는 불쑥 [Reticent X]와는 연이 없어 보이는 싱글 '구경'을 내놓았다.
사실 이 곡은 구텐버즈의 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곡일 텐데, 밴드가 몇 년 전부터 클럽에서 연주해왔던 곡 ('구경' 또는 '구경.해구경.해'라는 제목으로 연주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곡을 '버리기 아까워 활용한 곡' 정도로 취급하는 것은 야박하다.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밴드에게는 현 라인업 모호 (기타와 보컬), 서현 (베이스), 무이 (드럼)로 좀 더 록킹하게 해본다는 의의가 있을 것이다. 둘째, 이 곡을 굳이 싱글로 ‘발표’했다는 것은 밴드가 ‘작년 9월의 실험’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게 한다.
모호의 보컬과 기타는 1990년대의 어떤 자취를 품은 채 2010년대에 그려지는 '유성의 꼬리'처럼 스산하고, 서현의 베이스와 무이의 드럼은 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렇다. 비록 어마어마한 대곡은 아닐지라도, 투박하게/소박하게/그리고 서서히 마음을 사로잡는 이 곡을 한 번만 듣기는 힘들다. 혹시 내가 머뭇거린다면/그건 미련하고 아련한 것들에/작별 인사를 하는 거겠지. 가사를 읽으니 마치 본인들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 같아 한 구석이 아려온다. 언제나 트렌드 앞에서 서성이고, 비틀거리며, 주저주저하는 밴드의 그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좋아해왔다. '구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음악을 아끼는 그 모두에게까진 아니더라도, 주파수 맞는 그 누구와는 충분히 공명이 가능할 그런 노래다. - 이경준 (음악웹진 '이명' 편집장/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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