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한국적인 인디록"
‘로 컬’한 인디록,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적’인 인디록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 와서 하는 건 새삼스러워 보인다. 해외 록 씬의 트렌드를 영민하게 빌려오거나(검정치마, 칵스, 아침 등) 90년대의 소위 ‘고급가요’의 영향을 받은(9와 숫자들, 브로콜리 너마저, 에피톤 프로젝트 등) 음악이 인디 씬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 ‘굳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촌스러워 보이니까. 심지어 이미 그런 ‘한국적’인 음악을 잘 하고 있는 밴드도 있다(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 코베인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칭 져니의 음악을 듣다 보면 왠지 한국적인 인디록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만 같다. 이들의 음악이 뽕짝, 트로트, 동춘서커스단 등의 ‘키워드’를 연상케 해서만은 아니다. 그런 건 한국 초기 인디씬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모습이니까. 사실 스트레칭 져니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은 7, 80년대의 뽕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황신혜밴드, 삐삐밴드, 볼빨간, 초기 크라잉넛 등의 한국 초기 인디씬 음악이기도 하다. 인디라는 말이 키치와 동일시되기도 했던 시기의 음악. 그 당시의 음악들은 비록 우스꽝스러울지언정 충분히 ‘한국적’인 음악들이었다.
스트레칭 져니의 데뷔앨범은 얼핏 듣기에는 그 시절을 계승하려는 것처럼 들린다. 괴상한 가사, 뽕짝스러운 멜로디 등 그런 판단을 내릴 근거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스트레칭 져니가 ‘과거의 요소’에 대해 가지는 태도는 위악적이거나 목적성을 가지지 않는다. 그냥 그 자체로 활용될 뿐이다. 표현을 빌리자면, 과거의 요소를 '빌려오는' 것이 아닌 재료로서 ‘끄집어낸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스트레칭 져니와 초기 인디씬의 음악이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 리고 그 지점에서 출발하는 스트레칭 져니의 음악은 과거의 요소에 기대지 않는, 온전히 그들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개러지 펑크다. 지저분한 사운드를 타고 폭발하는 에너지, 저질스럽게 내뱉는 가사 속에 담긴 정체를 알 수 없는 슬픔. 이들의 음악은 분명히 ‘한국적인 인디록’이지만, 여기서 방점은 ‘한국적’이 아닌 ‘인디록’에 찍힌다. 스트레칭 져니는 현재의 한국 인디씬의 트렌드와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자신만의 좁고 깊은 영역을 남겨 놓았다.
새 EP는 그러한 영역을 조금 더 확실하게 다져놓는다. 데뷔 앨범에서처럼 짧고 빠른 호흡의 곡들이 주를 이루지는 않지만, 그 대신 기타, 드럼, 베이스, 보컬이 자신들의 파트를 쌓아 올리면서 청자의 귀를 뜨겁게 달군다. 4곡밖에 들어 있지 않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곡도 쳐지지 않고 한계까지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집중력을 유지한다. 때문에 어느 한 곡을 골라서 어떤 부분이 좋다고 하는 것도 쉽지 않다. EP라는 짧은 형식의 장점이기도 하겠지만, 근래의 레코드 중 이 정도로 ‘총체적’으로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좋은 작품을 남기고 해체한 좋은 밴드에 대해 가지게 되는 감정은 그런 종류의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 이전에 EP를 한 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EP가 그만큼 중독적인 작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이룰 것을 확실하게 이룬 밴드에 대해 섭섭하기보다는 시원한 감정이 더 앞서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까, 일단 지금은 좀비가 되어 파티를 벌여야겠다. 201100907
-정구원 lacelet@gmail.com | editor
"본 앨범 에는 15장의 엽서식 스트레칭져니 팬픽 일러스트 작품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팬픽 참여 작가는 오승철(http://wariounderground.blogspot.com/) , 김혜원(http://navhooe.com/),싸이언스코믹팀(심대섭,강철영,이승환)(http://www.scomic.net/), 김재희(http://www.jaypds.com/), 유창창(http://blog.naver.com/moodurm) , 이우인, 임학수 (http://maxxsoul.com) , 이설희(http://facebook.com/loco.tiger) , 이규태 (http://www.kokooma.com/) ,이승준(http://blog.naver.com/wombjune), 최영훈(http://blog.naver.com/gogo_nxk), 이정헌(http://facebook.com/jeongheon.lee), 김대호(http://facebook.com/radetz1), 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