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바다에서 가난한 마음을 노래하다. 셀린셀리셀리느 2집 [꿈, 막다른 바다, 바람을 기다리다]
셀린셀리셀리느의 ‘2집’. 데뷔 후 1집을 발표하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을 머뭇거렸던 그가 3년만에 2집을 발표한다고 하였을 때, 순간 귀를 의심하였다. 고작 3년이라니? 하긴 최근 홍대와 인디씬에서의 지난 3년이란 시간은 잔잔한 흐름이라기보다 소용돌이에 가까워서 (그가 주로 공연을 하던 클럽들이 최근 3년 사이 모두 문을 닫거나 업종변경을 했다고 하니…) 앞서 발표된 싱글의 느낌을 이어 상실에 관한 안타까움을 담아낸 것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실제 앨범을 음미하여보니 이 앨범은 1집을 발표하면서 이미 계획된 2집을 소중하게 품에 안고 시간의 와류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피어냈다고 보는 게 맞겠다. 1집이 10년의 과묵에서 막 벗어난 바알간 얼굴로 혼자 상상했던 이야기들을 엮어낸 책이라면, 이번 앨범은 시간을 가지고 오래 바라보며 그린 캔버스 위의 그림이다.
1집을 발표하고, 그 편곡적인 구성에 있어서 호불호가 갈렸다. 어떤 이는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표현된 그의 음악이 보석같은 발견이며, 쓸쓸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론이라고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앨범답지 못하다, 습작과 같은 앨범이라며 왜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니 (나를 포함해서) 그의 다음 앨범을 기대하는 이들은 2집은 뭔가 좀 다른 것을 가지고 오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 (혹은 우려)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2집에도 기타와 목소리 이외에 어떠한 것도 첨가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 이들은 무지막지한 용기라고 규정하고 박수라도 쳐 보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화려한 편곡과 아기자기한 구성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는 이 시대에, 역발상을 하는 음악가. 나는 응원도, 비난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는 그런 음악을 하는 음악가이니까. (그런데 좀 웃기는 것은 이런 그도 한때는 현란한 사운드의 슈게이징 계열의 락밴드를 했었고, 비트를 찍어내며 일렉트로니카를 시도하기도 했으며,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뮤지션들과 화려한 편곡을 주고 받으며 콜라보레이션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 그가 작곡한 연극과 영화음악에서는 수많은 악기들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앨범을 음미해보면 그것을 꼭 고집이나, 일종의 패기라고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어떤 이들에게는 여전히 심심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괴상한 셀린셀리셀리느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마도) 이 앨범의 편곡은 지극히 완벽하다. 깊은 가사와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심상을 자유롭게 상상하게 하는 잔향. 악기를 비워냈기에 더욱 더 깊게 드러나는 목소리와 기타의 질감이 정서적인 공간을 꽉 채우고 휩쓸어 청자들은 ‘아차’ 하는 사이 어느새 마지막 곡이 재생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전작과 음악적인 면에서 비교하자면 기타 선율과 질감이 더욱 명료해져 공간에 잘 맺히고, 목소리는 깊고 성숙해져 시간 위에 그림을 그리듯 유려하게 뻗어나간다. 전작의 머뭇거림이나 쑥쓰러움 같은 소년의 감성에서 좀 더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가사 속에 드러나 완연한 청년의 느낌을 이룬다. 이런 성장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고마운데 이 모든 것들이 앨범의 첫 인상이라 할 수 있는, 유화로 그려진 자켓의 독특한 질감과 분위기에 딱 맞아 떨어지면서, 손에 쥐고 들을 수 있는 정규 앨범만이 줄 수 있는 행복감을 극대화 시킨다. (이 앨범은 자켓이 특수한 종이로 제작되어 꺼끌꺼끌한 느낌이 유화 캔버스의 그것과 같아서 만지작거리며 듣는 재미가 있다.)
이 앨범, 참 그답게 잘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소중하게 여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2016 겨울의 끝에서 프랑켄슈타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