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popause (트로포포즈)' [Stop Today] 2011년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토록 오랫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처음 생각난 것은 바르셀로나였다. '루퍼스 웨인라이트' 의 1집에서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참 긴 노래. 거기서 한 달간 머물렀다. 어린이용 클래식 기타와 함께. 이 앨범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거기서 만든 곡들과 다녀와
쓴 곡들 중에 5곡을 골라 올 2월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이름이 필요했다. 'Tropopause' 라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단어를 골랐다. 대류권계면.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를 이루는 층인데 이곳에서는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알게 된 이름. 두 가지가 좋았다. 하나는 사이에 끼어있는데 매우 확고하게 그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온도가 일정하다는 것이었다. 난 늘 어딘가에 속해있어도 그 곳에 적응하지 못했기에 그 이름은 나를 위한 비밀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번 작업에서 난 어쿠스틱적인 표현을 그리고 프로듀서를 맡아준 하와이언 밴드 마푸키키의 김영진은 일렉트로닉적인 표현을 담당했다. 곡의 데모 형태뿐 아니라 최초의 감성은 매우 포크적인 색채를 띠고 있었는데 그것들에 일렉트로닉적인 옷을 조심스럽게 입히는 과정이었다고 할까. 이번 싱글 앨범의 인트로인 "Unlearn" 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양혜규씨의 작업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왔다. 모든 지적 경험과 편견 등을 내려놓는다는 의미로, 곡 중간에 무의미하게 내뱉는 단어들과 연필 깎는 소리와 같은 효과음들이 몽환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온다. 실험적이지만 기타멜로디와 피아노 선율은 꽤나 서정적인 곡이다. 두 번째 트랙인 타이틀 곡 "Stop Today" 는 어쿠스틱 기타에 강렬한 디스토션 사운드를 연결하고 '라흐마니노프' 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대입한 인트로로 시작된다. 떠나간 연인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한 곡으로, 연인과 함께 했던 거리를 거닐고 혼자 드라이브를 하며 느끼는 허탈함과 슬픔, 그리고 그 공백에서 오는 묘한 평온함까지 담아내고자 했다. 트로포포즈는 이번 싱글에 이어 2016년 1월부터 차례로 새로운 싱글들과 Ep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