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합 신의 문제아에서 전자 음악 신의 기린아로 프로듀서들의 프로듀서 '로보토미LOBOTOMY'가 동시대의 첨단 사운드를 자신만의 방법론으로 재건축한 [protoLEMON]
[Collage 3]에 수록되었던 '버벌진트Verbal Jint'가 피쳐링한 "Sabotage" 리믹스 버전 수록 (CD 한정)
> '로보토미LOBOTOMY'의 [protoLEMON]을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키워드
'로보토미 (LOBOTOMY)'
'로보토미'는 프로듀서 '양정민'의 솔로 프로젝트다. 데뷔할 때 '영국(Yougcook)', '하두리(Haduri)', 'Prof.D', 그리고 스페인 감옥에 갇힌 '꿩꽌'으로 이루어진 4인조 그룹이라는 밝혔으나 '하두리'는 팀을 나갔고 '영국'과 'Prof.D'는 '양정민' 본인이었으며 '꿩꽌'은 가상의 인물임이 드러났다. 이를 밝히고 시작하는 것은 농담을 이어 가기엔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사이 있었던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오버클래스 (Overclass)
진보적이고 논쟁을 부르는 행보를 보였던 한국의 힙합 크루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를 오버클래스 크루의 프로듀서이자 MC로 기억한다. 지금은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있는 '웜맨(Warman)'과 함께 한 장의 음반과 싱글을 발표한 '로보토미'는 이후 '버벌진트(Verbal Jint)'의 [누명], [무명], '비솝(B-soap)'의 [Souvernir] 그리고 '오버클래스'의 컴필레이션 음반 [Collage] 시리즈에 참여했다. 실험적이거나 저질스런 가사는 모두 '로보토미'의 몫이었다. "Cold As Ice", "Ad Hoc", "마취중진담", "Gigolo Rocker", "배후", "인생의 진리", "B.Y.U.N.G.S.I.N."까지. 특정 가사와 인터뷰 때 한 코멘트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여기에 그와 관련한 내용은 적지 않는다. 이후 '로보토미'는 '스윙스(Swings)'가 운영하는 저스트 뮤직Just Music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업그레이드2]에 수록된 "자 이제 니가 해봐"가 그의 곡. 이 때의 인연은 '스윙스'가 2014년에 발표한 자신의 주제곡 "불도저Bulldozer"까지 이어졌다. '오버클래스'는 각자의 사정으로 크루로서의 활동을 중단했다가 2014년 다시 활동을 알려왔다. 물론 '로보토미'도 함께 활동한다.
실험 음악 (Experimental Music)
'오버클래스'가 '로보토미'의 오른쪽 날개였다면 왼쪽 날개는 실험음악 신이었다. '로보토미'는 비트를 만들고 랩을 하면서도 꾸준히 실험 음악 혹은 즉흥 음악 신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드는데 몰두했다. 그렇게 실험을 통해 만든 사운드는 그가 만드는 비트의 재료가 됐고 이때의 흔적은 "Cold As Ice", "마취중진담" 그리고 "우리도다프트펑크샘플쓸수있다(근데안씀)" 같은 곡에 남아 있다.
'하박국 (HAVAQQUQ)'
'로보토미'가 '하박국'을 만난 건 2006년 홍대의 한 라이브클럽에서였다. 실험 음악 라이브에 초대받은 둘은 3부작의 일부로 각각 연주와 디제잉을 했고 끝난 후 상수역 부근 고깃집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우연히 한국 힙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최근 들은 랩 중 '로보토미' 멤버 '영국'의 랩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한 '하박국'은 '로보토미'가 그 랩의 주인공이었음을 알게 된다. 둘은 밤새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농담과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고 '하박국'은 '로보토미'가 출연하는 공연, 디제잉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영기획 (YOUNG,GIFTED&WACK)
2011년 오버클래스의 잠정적인 활동 중단 후 '로보토미'는 학교에서 음향 공부를 하며 솔로 음반을 준비한다. 하지만 '로보토미'는 자신이 만든 음반의 완성도에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발매가 미뤄진다. 그를 지켜보던 '하박국'은 친구이자 팬으로서 '로보토미'의 음반을 가능한 한 빨리 손에 쥐고 싶은 마음에 음반을 직접 제작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로보토미'의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영기획(YOUNG,GIFTED&WACK)이라는 레이블이 탄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나오지 않고 영기획은 리본 프로젝트(RE:BORN PROJECT), 회기동 단편선과 무키무키만만수의 리믹스 컴피티션, 전문적이고 깊은 인터뷰, 샘플러 그리고 머그컵으로 다른 레이블과 차별화된 행보를 걷는다.
라이브 (Live)
한국에서 전자 음악 라이브 횟수로 TOP5를 뽑는다면 그 안에는 분명 '로보토미'의 이름이 있을 것이다. 음반을 제작하기로 한 후 영기획 측에서 '로보토미'에게 요구한 건 한가지. 다양한 라이브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렇게 '로보토미'는 로라이즈, 꽃땅, 대공분실, 제비다방, 요기가 갤러리 같은 작은 클럽 공연부터 51플러스 페스티벌, 뉴 왝 뮤직 페스티벌, 레코드 페어 쇼케이스, '그라임즈(Grimes)' 내한 공연 같은 큰 무대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마침 2013년부터는 전자 음악만으로 구성된 WATMM 같은 공연이 생기기도 한다. 그전까지만 해도 '로보토미'는 밴드 공연에 끼어 함께 공연했다. 크고 작은 공연을 통해 '로보토미'는 곡에 대한 반응을 수집하고 이에 맞춰 조금씩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킨다. 칠웨이브(Cillwave)나 드림팝(Dreampop)에 가까웠던 '로보토미'의 음악은 점차 댄서블해지고 그에 맞춰 플로어는 격렬한 춤으로 대답한다.
디제잉 (DJing)
이에 발맞춰 '로보토미'는 본격적으로 디제잉을 시작한다. 트랩(Trap), 퓨쳐 비트(Future Beat), 풋워크(Footwork), 져지 클럽(Jersey Club) 등 동시대의 전 세계 댄스 음악 튠을 깊고 밀도 있게 플레이하는 그의 디제잉은 새로운 음악을 좇는 마니아들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 '코드(9Kode9)', '무시바(mus.hiba)' 등의 내한 파티에 초대받아 디제잉을 하기도 한 '로보토미'는 서울에서 가장 앞선 튠을 플레이한다는 평을 듣는다.
[LEMON]
'로보토미'가 2011년부터 준비해온 그리고 지금도 준비하고 있는 음반의 제목이다. [LEMON]을 위해 만든 곡만 50여 곡. 자신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발표되는 정규 음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로보토미'는 이를 계속 수정하고 또 신곡을 만들고 있다. [LEMON]은 2014년 말에 발매될 예정이다. 물론 2012년에 그랬던 것처럼 2015년에 발매될 수도 있다.
[protoLEMON]
자, 이제 본격적으로 당신이 듣고 있는 음반에 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protoLEMON]은 [LEMON]을 위해 만들어진 50여 곡 중 [LEMON]의 힌트가 될만한 8곡을 모아 완성한 EP다. 등장하지 않은 본편의 프리퀄 혹은 존재하지 않는 음반의 B-Side 같은 음반이랄까. 대부분 곡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로보토미가 칠웨이브, 트랩, 위치 하우스 등 느리고 몽롱하며 맥시멀한 사운드에 빠져있던 시절이다. 로보토미의 음악은 A와 B를 섞어 C를 만든다. 하드 리스너로도 유명한 '로보토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클리셰를 응용하고 비틀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부기 훵크(Boogie Funk)나 하우스(House)에 칠웨이브의 구성을 응용한 ‘annyoung’과 ‘kamkam’ 트랩 비트에 위치 하우스의 사운드를 가져온 ‘voukluv’이 대표적인 예. 그 외에도 ‘K_G_B_’, ‘mobseybored’, ‘noraebangers’ 등의 곡에서 '제이-딜라(J-Dilla)'나 '론(Lone)' 같은 익숙한 음악가의 이름과 낯선 사운드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당시 유행하던 칠웨이브 음악의 클리셰를 뛰어넘기 위해 80년대 훵크의 사운드를 가져와 방대한 구성으로 풀어낸 ‘mybestfiend’는 '로보토미' 사운드의 정수. 당신의 귀가 동시대에 있다면 여기서 꽤 많은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protoLEMON]에 실린 곡 중 일부는 다시 작업해 [LEMON]에 실리거나 다른 형태로 공개된다. 이름 그대로 [protoLEMON]은 [LEMON]의 프로토 버전이다. [protoLEMON]을 들으며 도시전설처럼 타임라인을 떠돌던 [LEMON]의 행보를 예측해 보는 건 어떨까. 이제 [LEMON]이 다가온다.
크레딧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