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a Kim, Eadonmm [Ur Silhouette / Anne]
늪지대에 온 걸 환영한다. 앰비언트 사운드로 만든 이 늪지대에는 악어떼 대신 시마 킴 Sima Kim과 이던 Eadonmm이라는 두 젊은 음악가가 만든 [Ur Silhouette / Anne] 스플릿 음반이 기다리고 있다. 시마 킴의 [Ur Silhouette]은 2014년 프랑스의 BLWBCK 레이블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된 통산 열세 번째 음반이다. 미국의 MC J▲l▲l S▲l▲▲m, 멕시코의 MC Josue Josue, 프랑스의 보컬리스트 Almeeva가 참여했다. 66장 한정으로 발매됐으며 현재는 품절됐다. 그 전에 발표한 음반은 [songs], [music for dorothy], [Interwined], [at the firt meeting] 등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벨기에, 일본, 멕시코 등의 여러 레이블에서 발표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허풍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슈퍼주니어 Super Junior도 아닌 시마 킴이 세계 곳곳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표하고 자신의 음반에 미국, 멕시코, 프랑스의 음악가를 참여시킨단 말인가. 여기에는 SNS,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클라우드 스토리지 그리고 디지털 오디오파일 시대가 가져온 뮤직 비즈니스 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존재한다. 시마 킴은 유럽에서 보낸 유년기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전지구적 흐름에 동참했고 사운드클라우드 세대의 영토 구분이 무의미한 음악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던의 [Anne]은 2012년 일본의 데이트리퍼 레코즈Day Tripper Records에서 카세트 테이프로 100장 한정 발매됐으며 역시 지금은 품절됐다. 오사카의 칠웨이브, 윗치하우스 프로듀서인 이던은 차세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 'IdleMoments'의 오거나이저이기도 하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이벤트에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각양각색의 프로듀서과 시카고의 울트라데몬Ultrademon이 참가했으며 지난 4월 14일에는 시마 킴 역시 본 이벤트에 초대받아 공연했다. 이 후 이던이 2014년에 발표한 음반 [Aqonis]는 피치포크 Pitchfork에서 7.5점을 받으며 동시대의 윗치하우스 프로듀서 살렘 Salem, 오오오오오oOoOO와 비교되기도 했다. 이 두 음반을 묶어 한국에서 스플릿으로 내기로 한 건 시마 킴의 아이디어였다. 그전까지 클래식을 바탕으로 앰비언트와 드론에 심취하던 시마 킴은 비트 씬 작법에 발을 딛게 되고 [Ur Silhouette]은 그 후 나온 첫 결과물이다. 여기에 윗치하우스를 기반으로 요즘 유행하는 사운드 이펙팅을 자유로이 구사하는 [Anne]를 함께 묶으면 단순히 두 개의 음반을 하나로 합쳐 놓은 게 아니라 하나의 음반처럼 들릴 것 같아서다. 한국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 이던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그렇게 화성과 앰비언트로 쌓아 올린 비트 음반 [Ur Silhouette / Anne]가 탄생했다. 둘의 음악은 닮은 듯 다르다. 시마 킴은 자신의 장기인 앰비언트를 놓지 않는다. 비트 씬에서 자주 쓰이는 신시사이징 대신 앰비언트 텍스쳐를 택한 시마 킴은 트랩 비트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인용하고 그 위에 다국적 보컬 혹은 MC의 목소리를 얹는다. 시마 킴 표 탈국적-앰비언트-비트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던은 사운드의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늘어뜨린 후 그 위에 피치 쉬프트와 이펙팅을 통해 기괴하게 만든 보컬 샘플을 얹어 암흑의 무드를 만든다. 이던 표 다크-윗치하우스다. 위에서 이 음반을 늪지대로 비유했다. 전반부에 윗치한 [Ur Silhouette]이 늪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라면 [Anne]는 늪에 빠진 후 허우적대는 감상을 선사한다. 시마 킴의 첫 곡 "Ur Silhouette"에서 선언하듯 시작한 앰비언트 사운드는 온갖 비트와 탈국적 보컬을 지나 이던의 지저분하고 흐릿한 사운드의 세계로 침잠해 음반에서 가장 느린 곡 "Poine"으로 끝난다.
미디어와 자본이 전자 음악의 화려한 부분, EDM과 페스티벌에 주목하는 동안 맞은 편에서는 사운드클라우드를 영토로 비트 씬 음악이 창궐하고 있다. 약에 취한 듯한 사운드의 신시사이징과 전형적이지 않은 비트, 과감한 샘플 이펙팅 등으로 대표되는 비트 씬의 사운드는 전자 음악 신 사운드의 상상력늘 넓히는 한편 이 역시 자기복제에 그치지 않느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기에 발매되어 하나의 음반으로 묶인 [Ur Silhouette / Anne]은 아직 이 모든 과정이 갓 시작된 여기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