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릿찌릿한 스파크 뒤의 후끈한 불장난
작년 4월, 대학가에서는 여느 봄과 다름없이 벚꽃이 휘날렸고, 젊고 새파란 청춘들의 눈빛에선 스파크가 튀겼다. 그 불꽃 튀는 설렘이 한창 가슴 속에서 팔딱댔을, 20대 초반의 네 남자는 EP [찌릿찌릿] 으로 우리의 마음을 슬그머니 간지럽혔다. 개러지가 줄 수 있는 생동감에서, 남성적인 힘은 살짝 빼고 ‘설렘’을 잘 버무려 고백하는 그들의 음악은 수많은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그리고 2월, 네 남자는 [찌릿찌릿]을 썼던 시절 이후로 대략 두세 살씩을 더 먹었다. 부끄럽고 수줍게 마음 졸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가고, 사랑을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도 조금은 남자다워졌다.
그들이 간지럽게 ‘찌릿찌릿’ 튀기던 스파크는 더 과감히 번져, [불장난]에서 활활 타오른다. 보다 락킹하고 강한 사운드로 분위기를 재정비하고 가사도 더욱 과감해졌다.
그러나 그들 특유의 장난기와 솔직함은 여전히 앨범 전체에서 살아 있다. 나상현씨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이런 점들이 일관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는 현란한 연주력이나 압도적인 곡의 구성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확실히 요즘 인디씬의 흐름과는 차이가 있는 행보지만, 그들의 가치는 거기에서 빛을 발한다.
자칫 과한 작가주의로 빠질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그들은 늘 관객들과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해 왔다. 이번에는 전작보다 더 강화된 그들의 음악적 역량과 경험을 십분 발휘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그들은 자신들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만큼은 일관적이다. 앨범의 컨셉을 재치 있게 고를 줄 알며, 그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 안에서 최대한의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불장난’은 ‘호기심’과 늘 이어지는 키워드다. 어릴 적, 여기에 불을 붙여보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과 두근거림은 누구나 겪어봤으리라. [불장난]은 결국 호기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관심 가던 사람에 대해 궁금해 미치던 순간들, 머리를 쥐어뜯던 불면의 밤들, 은밀히 해보던 엉큼한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마음 한켠에 잠자던 호기심에 불을 놓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