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겸 아마추어 문화 독설가 송윤재의 음악 산책! '홍범서' [은퇴앨범]
오늘은 취준생 겸 아마추어 문화 독설가 송윤재의 음악 산책 첫 시간을 맞아 가성비 음악을 추구하는 하드코어 어쿠스틱 밴드 '홍범서' 의 첫 앨범 [은퇴앨범] 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누가 봐도 듣보잡인 이 밴드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어 보인다. 다른 인지도가 있는 밴드의 앨범이라면 앨범만 소개하면 되지만, SNS에서도 활발하게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듣보잡의 냄새를 지우지 못하는 밴드 '홍범서' 의 앨범 소개는 역시 밴드를 먼저 소개해야 다음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서울대 경영대 출신의 학생 세 명이 모여 각각 이름의 한 글자씩 따서 이름을 지은 '홍범서' 는 2014년 머니투데이대학가요제 대상을 시작으로 2015 한강음악제 동상, 2015 여주국제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는 등 잠재력을 인정 받으면서 이번 앨범 제작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다. 이름 구성의 원리는 3권 분립을 상징하고 있으나, 민주주의적 표방과는 다르게 실질적인 운영은 보컬(본인들은 끝까지 CVO; 최고 보컬 경영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현서' 의 독재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짤막한 밴드 소개의 마지막으로, 경영대 출신답게 밴드 마케팅 차원에서 뉴스에 기사까지 기고하였으나 댓글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주변인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을 정도의 듣보잡임을 전하고 싶다.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제외하고 앨범에 수록된 7곡을 모두 들어보면 청춘들의 삶과 고뇌 등 자전적 이야기에서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는 노래까지 알 수 없는 장르의 연속으로 이루어져있다. 아주 서정적인 기타의 음색부터 하드코어한 사운드의 음색까지 다채로움과 이름부터 듣보잡인 악기 카주의 음색이 나름대로 잘 어우러져 더 완성된 알 수 없는 장르를 완성시켜 나간다.
앨범 수록곡들을 찬찬히 듣다 "오빠도 힘들어" 라는 곡을 들었다. 나는 이 노래가 멤버 누군가의 자전적인 노래라는 것을 제목을 보는 순간 알아챌 수 있었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시인인 '프리드리히 니체' 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에게 명령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의 명령을 들을 수 밖에 없다." 이 곡은 사실 사회적인 이슈가 될 수도 있는 노래이면서 비극적인 이별에 관한 노래이기도 하다. 반면 비극적이지 않고 지극히 정상적인 이별노래인 "없어" 도 있다. '괴테' 는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고통이 남기고 간 뒤를 보라. 고난이 지나면 반드시 기쁨이 스며든다." 그리고 나는 ‘없어’를 들으며 이제는 그 길을 같이 걷던 내가 없노라며 고통스레 울부짖는 '홍범서' 에게 반드시 기쁨이 스며들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 노래도 멤버 누군가의 실화였음을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악산 등반객에게 헌정하겠다는 "관악산 클라이머" 라는 곡은 흥미롭게 느껴졌다. 서울에는 산이 많다. 도봉산부터 북한산, 청계산, 아차산, 그리고 서울의 상징 남산 등등. 모든 산을 제쳐두고 관악산이 선정된 이유는 서울대 출신 밴드임을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런 상징성을 제쳐두고 '홍범서' 가 주구장창 주장하는 가성비 음악이 도대체 어떤 음악인가 헷갈리는 청취자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확실하게 알 수 있지 싶다. 등산객들이 막걸리를 한 잔 들이키는 모습과는 상반되는 세련된 사운드의 기타 선율과 반주, 그리고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카주 소리까지 크게 거슬릴 부분이 없이 구성된 이 짧은 곡에는 놀랍게도 반주, 노래, 연주, 나레이션 등 음악에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가 가성비 높게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다른 명곡의 탄생을 예감케 하는 "밥 먹고 싶으면 일을 해" 에는 놀랍게도 강한 사회비판의식이 담겨있다. 요즘 이 땅의 소위 의미 없는 노동을 위해 밥 먹고 싶으면 일을 하라는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이 노래는 문득 대문호 '프란츠 카프카' 가 그의 명작 "변신" 에서 주인공 그레고르를 통해 표출하려 했던 노동에 대한 비판의식을 노래로 옮겨놓은 듯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곡 중간중간 뜬금없는 동물 울음소리는 인간을 금수취급하는 노동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듯 사회 현실을 꼬집고 있으며, 이러한 비판적 사조는 긴장의 최고조를 알리는 카주 소리와 함께 터져나온다. 울분을 터뜨리는 듯한 구슬픈 태평소처럼 들려오는 카주의 소리와 함께 "일은 너나 해!" 라며 절규하는 '홍범서' 의 베짱이적인 태도는 의미 없는 일을 하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노동을 통한 자아의 발견과 실현을 권유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듯한 울림을 주는 멋진 풍자곡이다.
"따구" 라는 수록곡은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와 쉴 새 없는 보컬의 입놀림으로 한 번 듣는 순간 잠자리에 드는 그 순간까지 귓가를 맴도는 그런 곡이다. 다른 수록곡들이 하드코어한 운율을 자랑한다면, "따구" 는 안 어울리게 괜히 귀여운 노래이다. 머지 않아 '홍범서' 가 듣보잡에서 벗어나는 날이 온다면, 본인들은 방송에서 이 노래를 꼭 부르길 바란다. '홍범서' 는 앞서 말한 대로 하드코어 어쿠스틱 트리오라 본인들을 설명하지만, 사실 진짜 하드코어는 "광란의 밤 광란의 파티" 에서 맛볼 수 있다. 방심한 채로 이어폰을 꽂고 전곡 재생을 하다 보면 당황을 할 수도 있을 법한 그런 매니악한 노래다. Slipknot이나 System of a Down 같은 느낌의 하드코어함을 갈망하는 청취자들의 취향까지 배려한 앨범 구성은 참으로 박수를 보낼 만하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이런 장르불문의 앨범 구성은 음악계의 새 지평을 여는 데에 절반 정도는 성공했다고 보는 바이다.
"엄마카드" 라는 곡은 오늘 날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일상을 반영하는 이야기이다. 사실 안 그런 젊은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단 필자부터가 해당사항이 있기 때문에 뜨끔하게 되는 노래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앨범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성, 작품성, 예술성을 갖춘 유머러스한 가사와 앞서 소개한 "따구" 에 버금가는 중독성 있는 선율로 인해 이 노래는 '홍범서' 가 듣보잡 신분을 벗어나는 순간 1집 [은퇴앨범] 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라는 스웨거 넘치는 말을 했고, 1집 [은퇴앨범] 을 발표하며 데뷔를 알린 전격 듣보잡 밴드 '홍범서' 는 듣보잡의 시련을 이겨내고 2집 [복귀앨범] 으로 돌아오겠다며 이미 공언을 한 바 있다. 더 강력한, 더 하드코어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더 달콤한 사운드와 유머러스한 가사로 돌아올 '홍범서' 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 송윤재, 취준생 겸 아마추어 만물 분석가 겸 아마추어 문화 평론(독설)가 / 무소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