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댄스(Wedance)는 춤추며 베베베.......
위댄스는 기타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위기’와 노래하는 ‘위보’로 이뤄진 혼성 2인조 밴드다. 2012년부터 활동했으니 벌써 5년차 중견이다. 별난 뮤지션이 발에 채이듯 흔한 홍대 인디씬에서도 위댄스는 무척이나 독특하고 개성적인 존재다. 흔한 말로 가장 ‘힙’한 부류에 속한다. 위댄스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넘실대는 그루브의 댄서블한 사운드, 술 취한 시골장터 아저씨들의 몸짓이 연상되는 춤사위, 역시 시골좌판에서나 팔 것 같은 촌스러우면서도 역으로 ‘힙’의 원단을 보여주는 패션이 어우러져 신선한 문화체험을 하게 된다. 관객들을 미친 듯 춤추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밴드다.
동시에 이들은 별다른 정보를 얻기 힘든 불친절한 밴드이기도 하다. 위댄스에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아보려 해도 도통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이 안 나온다. 인터뷰도 안하고 보도용 사진도 없다. 멤버의 본명, 나이도 베일에 싸여 있다. 아주 친한 사람이 아니면 전화번호도 잘 안 알려준다. 하지만 흔히 연예인들이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신비주의는 아닌 듯하다.
위댄스만의 ‘유통철학(?)’도 갖고 있다. 지금까지 20장 가까운 이런저런 음반을 만들었지만 정식유통된 건 하나도 없다. 직접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음반을 구입하려면 공연장을 찾아야만 한다. 문화콘텐츠의 자본주의적 생산, 유통, 마케팅, 소비에 거부감을 지니고 있고 그런 자신들의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지 않나 싶다. 인터뷰를 하지 않아 속내를 알 수 없지만 좌파적 태도라기보다 ‘무정부주의’를 철학적, 이념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위댄스가 데뷔 후 처음으로 제작사(CTR)와 손잡고 새 음반을 공식유통하기로 결정했다. CTR이 운영하는 제비다방에서 자주 공연하면서 서로 믿고 함께할 만한 파트너라고 느낀 것 같다. [Produced Unfixed vol.3]라는 타이틀이 붙은 신보는 기존 발표된 곡들을 외부 프로듀서가 새로 작업한 앨범이다. 이런 형태의 프로젝트 음반은 이미 vol.1, 2가 발표됐었는데(물론 정식 유통되지 않았다) 이번이 시리즈 3번째 작품이다. vol.1은 인디밴드 ‘피기비츠’의 박열, vol.2는 일렉트로닉밴드 ‘이디오테입’의 멤버 제제가 프로듀스했고 이번 3집은 미국밴드 디어후프(Deerhoof)의 드러머 Greg Saunier가 작업했다. 위댄스는 디어후프의 내한공연 때 오프닝을 맡으면서 Greg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위댄스는 [Produced Unfixed]시리즈 프로듀서들의 작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프로듀서가 알아서 방향과 콘셉트를 설정하고 진행해 나가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곡을 프로듀서가 맘대로 갖고 놀도록 했고 다만 결과물에 대한 의견만을 피력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Produced Unfixed vol.3]는 위댄스가 Greg에게 보낸 큰 신뢰만큼이나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Produced Unfixed vol.3]는 요즘 국내 앨범들 치고는 장편이라 할 수 있는 12곡, 1시간을 꽉 채운 음반이다. 앨범전체에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넘실대는 그루브와 묘하게 애틋한 멜로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 듯 모를 듯 모호한 내용의 가사가 어우러져 위댄스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장르를 규정해 선입견을 주고 싶지 않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포스트 모던한 믹스쳐록(Mixture Rock)’ 또는 ‘일렉트로닉 힙스터록(Electronic Hipster Rock)’이라 부르고 싶다. 프로듀서 Greg은 원곡에 크게 손대지 않고 맛있는 양념을 추가하는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제한했다. 원곡이 지닌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이 훌륭하지만 보컬의 리듬감이 뛰어난 ‘Live There'과 위댄스 스타일의 발라드라 할 수 있는 ’Beat and Lullaby'를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다.
위댄스는 첫 정식유통 앨범인 [Produced Unfixed vol.3] 발표 후 프랑스와 스페인 투어를 떠난다. 특히 스페인을 대표하는 세계적 명성의 페스티벌, Primavera Sound에 한국대표로 선정되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장담하건대 유럽관객들도 이들의 공연을 보면 미친 듯이 춤추며 경계를 넘을 것이다.
정 원 석 (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