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기록한 김두수 음악의 집대성 [LP Miniature (Gate-Fold), OBI, 24P Booklet]
김두수의 첫 음반이 발표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여러 이유로 발매 당시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던 초기 음반들은 몇 차례 재발매 됐고, 김두수의 4집 「자유혼」은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었고, 2002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네티즌이 뽑은 음악인상’, 2009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선정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그렇지 않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김두수의 위치나 활동, 음악에 있어서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지금도 그의 음악활동은 일반적인 대중매체를 통한 활동과 적지 않은 거리가 있으며, 활발하다기보다는 꾸준한 활동을 이어간다. 그 때문에 데뷔 당시와 마찬가지로 그를 아는 사람은 그를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를 모른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를 모르는 사람으로 이분 되는 것이다. 어쩌면 30주년을 맞아 발표하는 이번 음반은 그를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음반일지도 모른다. 몰론 그들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지금까지 해 왔던 방법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이번 음반 수록곡은 1집인 「시오리길 / 귀촉도」(1986)와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6집 「곱사무」를 제외한 넉 장의 음반에서 추려졌고, 김두수의 음성으로는 처음 공개되는 <무정>과 신곡 <고요를 위하여>로 구성됐다. 「곱사무」의 음악이 빠진 이유는 이 음반이 대체적으로 「곱사무」 연장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30년 동안 발매된 음악을 추려 현재 김두수를 표현한 음반. 물론 지금까지 김두수가 발표한 음악에서 그렇게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김두수는 자신의 과거 음악들을 정리하는 한 편 한 장의 음반을 통해 통일감을 부여했다. 김두수는 이 음반 이전에도 이미 기존에 발표했던 곡을 다시 녹음한 음반을 발표한 적이 있다. 2009년에 일본을 통해 먼저 발매된 「저녁강」이다. 하지만 「저녁강」과 이번 음반 역시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 가운데 「보헤미안」과 「바람소리」는 저녁강에도 수록된 곡인데, 원래 들어있던 앨범과 「저녁강」 수록 버전, 또 이번 음반 수록 버전을 비교해 들어본다면 미묘하게 변화하며 흘러가는 김두수의 또 다른 음악성과 마주할 수 있다. 특히 그의 대표 음반인 「보헤미안」(1991)의 타이틀 트랙 <보헤미안>은 2002년 발매된 「자유혼」에도 수록된 적이 있는데, 이번 음반 수록 버전은 처음 발표되었던 버전보다 「자유혼」에 담긴 버전에 가깝다. 격정적으로 내려 긋던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는 다소 순화됐고, 급작스런 브레이크와 함께 주제가 바뀌는 과정은 현악기가 몰고 온다. 이렇게 순화되고 정제된 사운드로 청자를 몰입시키는 편곡들은 앞서 언급했던 통일감이라는 단어와 함께 이번 음반의 전체적인 성격이 된다. 성격을 위해 <내 영혼은 길에 핀 꽃>에서는 원곡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 이후 등장하는 허밍이 빠졌고, <청보리밭> 역시 내레이션이 빠지며 곧바로 하모니 보컬이 곡의 시작을 알린다. 그 때문인지 희미하게 분산되어 퍼지는 느낌의 원곡에 비해 정갈하게 모이는 음들을 마주할 수 있다. 「저녁강」에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김두수의 목소리만으로 표현됐던 <바람소리>는 이번 음반에서 중반부 이후 신시사이저와 첼로가 조심스럽게 얹히며 다성의 코러스와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조심스런 접근은 팬플루트와 첼로가 가세하는 <들꽃> 역시 마찬가지다. 원곡들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하지만, 나일론 기타가 쇠줄 기타로 바뀌는 것만큼의 미묘한 차이들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김두수의 목소리처럼 가느다랗게 떨린다. <무정>은 원래 언더그라운드 포크 가수 송영민이 1991년에 발표한 첫 번째 독집 음반에 수록했던 곡이다. 그 자신이 만든 곡이나 곽성삼이 만든 곡보다 단연 눈에 띄였던 이 곡은 바로 김두수가 작곡한 곡이다. ‘남자 한영애’라는 별명처럼 독특한 허스키 음성이 다소 록킹한 연주에 어우러졌던 송영민의 버전과 달리, 김두수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 위에 살짝 올려놓듯 자신의 목소리를 더하며 원작자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밝힌다. 송영민의 음반 수록곡과 같이 하모니카가 쓰였지만 높낮이의 조절로 차별성을 두고 있으며, 적제적소에 삽입되는 첼로 연주와 보컬 하모니로 다른 수록곡과 어울린다. 역시 통일성이다. 이번 음반을 위해 만들어진 <고요를 위하여>는 2분 가까이 이어지는 전주를 가진 곡이다. 김두수의 음악에서 연주는 ‘반주’의 개념이 아니고, 현악기건 관악기건 그렇지 않으면 건반악기건 어디까지나 목소리의 연장임을 확인시켜 주는 트랙. 이 곡을 마지막으로 찾아드는 고요마저도 음반의 일부인 냥 차분하면서도 청자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고요 후에 찾아올 그 다음 무언가를 기다리게 만드는 흡인력 역시 강하다. 앞서 김두수의 활동이 일반적인 대중매체를 통한 그것과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그의 음악활동은 흡사 구도자의 모습을 보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 혹은 기억 저 밑바닥에 있는 그 무언가를 끌어올리는 주술과도 같이 들릴 때가 있다. 포크를 그 문법으로 하고 있지만, 토속적인 정서를 그 바탕에 두고 있지만 그 어느 하나의 틀로 가둘 수 없는 그의 음악. 바로 그것이 그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를 모르는 사람으로 나누는 기준이 되겠지만 이번 음반을 통해서는 확실히 그를 모르는 사람가운데 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바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분명히 예전에 발표했던 원곡들에서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정말 신기하다,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