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부터의 대피처. '피에타 (Pieta)', 뜨거운 리프 속에 더 깊고 단단한 울림.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상 중 하나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이탈리아 어원을 가지고 있다. 이 조각상은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이들은 매체를 통해 종교적 메세지가 아니라고 밝히며 일단락시켰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일까.
곡 전반적으로 퍼지는 비관적인 가사 말과 치명적이도록 낭만적인 무드는 대립적이지만, 그건 마치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는 것만 같다. 정의로운 현실 속에선 우린 수많은 잘못과 작고 더러운 비밀들을 빚으로 안고 살아가게 된다. 결국 '피에타'는 잘못을 강요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기이자 거짓 사과이다.
항상 본질에 대한 향수가 있었던 그들은 어색하게 붙어버린 것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부수고 다시 조립하여 새로운 대안을 내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너저분한 퍼즈사운드와 수백 평짜리 창고를 연상케 하는 과장된 공간, 조금은 차갑거나 조금은 뜨거운 말투로 이런 것들조차 우리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이 우리가 돌아가야 할 단 하나의 고향이자 대피처인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들의 그림은 평면적으로 규정되어있지 않다. 그것을 완성도 있고 단단하게 풀어낼 수 있던 건 그들이 표출하고자 하는 단 하나의 열망에 있다. 이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각자 인디밴드로 활동하던 그들은 스스로 더 솔직해지길 원했다. 그들이 들려줄 음악의 시작과 끝에 있길 원했다. 그렇게 이번 앨범은 작곡 작사는 물론 프로듀싱과 믹스까지 독립적으로 진행되었고, 비로소 하나의 주제와 하나의 뜻으로 앨범을 관통할 기회를 찾은 것이다.
진통제는 이미 오래전에 동이 났고 이제는 부정을 통해서 긍정을 볼 때이다. 그 처절하고 외로운 싸움에 '피에타'의 음악이 함께하길 바라며 그 역사적인 첫걸음에 박수를 보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