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우리의 미래 우리의 사랑
- 단편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감정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더 찬찬히 살피고자 했다. 이 앨범을 작업하며 30대가 되었다. 30대가 되었다고 안정이 오거나,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종종 큰 불안에 휩싸이거나, 슬퍼졌다. 불안과 슬픔은 피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른 길이 없었으므로, 나는 기꺼이 짊어지길 택했다. 굳이 짊어져야 한다면, 기꺼이 그러하는 편이 더욱 기쁘리라 생각했다.
혼자였다면 더욱 외롭고 슬픈 음악으로 남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선원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외따로 놓아두질 않았다. 우리는 보드랍게 그리고 엄하게 서로를 감싸 안고 서로에게 얽혀들었다. 앨범에는 개인의 실존에 대한 불안으로 출발해 쓰인 곡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만약 환희의 순간 ―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 그것은 전적으로 선원들의 몫이다. 개인으로서 불가능 했던 것들이 우리로서 존재함으로 가능했다. 내가 종종 인용하는 일화긴 하지만, 일본의 반빈곤 활동가 유아사 마코토 씨와 일전에 가진 대담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빈곤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돈이 없는 사람은 빈곤한 걸까요? 아닙니다. 돈이 없더라도 친구가 있다면 그는 빈곤한 것이 아니라 가난한 것이죠. 그렇다면 돈이 많은 사람은 빈곤하지 않은 걸까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 할 수도 있습니다. 돈이 많더라도 친구가 없으면 그는 마음이 가난한 것, 즉 소외를 겪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빈곤이란 가난하며, 동시에 소외당하는 상태를 뜻하는 것 아닐까요?" 나는 큰돈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외롭지 않았다. 내가 우리로서 함께했고, 우리로서 존재하는 까닭에 나 역시 나란 개인으로 존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의 음악은 장르로 규정지을 수 없어요. 굳이 따지자면 (자신들의 이름을 대충 따다 붙인) 누구 누구식 음악이랄까?" 같은 부류의 이야기를 싫어한다. 음악의 역사는 길다. 길고 긴 음악의 역사에서, 우리는 아주 운이 좋고 뛰어난 경우라 해도 거인의 어께위에 선 난장이일 뿐이다. (물론, 정말 뛰어난 천재들도 간혹 존재한다. 내 삶이 아닐 뿐.) 그래서, 물론 그럴 의도는 없었겠으나,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짐짓 젠 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런데 나도 앨범의 마스터링이 끝나고, 묘하게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물론 우리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까지 듣고 좋아해왔던 것에 대해, 이 앨범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했다. 앨범은,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론 우리의 스타일을 드러내고 있다. 스타일이란 내용보다는 형태와 방식에 우선 관계된다. 하지만 때로는 형태와 방식이 내용을 규정하기도 하는 법이다. 이제, 이것이 내 스타일이란 것을 인정하고자 한다. 우리 역시 이것이 우리의 스타일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어떤 스타일의 삶이, 이 음악 속에 녹아있다. 이것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지건 간에, 그렇다. (이것을 지혜라고 말할 수 있을까?)
'힘'이란 무엇일까 늘 고민한다. 아직 어린, 동시에 30대인 나는 자신이 자기 자신으로서 존립함을 힘의 근원이라 어렴풋이 짐작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힘은 내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힘이란 나와 우리의 음악에서 늘 반복되는 주제이다. 힘이란 주제를 반복하는 이유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에 대한 응시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삶을 그리고 기쁨을 마주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한다. 직접 자신을 인용하는 게 민망하긴 하지만, "꽃처럼 피어나고 이슬처럼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미래" 그리고 "우리의 사랑"이 있음을 기억하고 다시 반복했으면 한다. 삶의 회전 속에서 이 반복의 나선은 점차 커질 것이다. 우리의 새로운 음악을 듣는 여러분들 중, 이런 감정을 함께 공유해주실 분들이 많으리라 희망해본다. 그것은 우리의 가장 커다란 긍지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