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락앤롤 연맹. 준비된 락앤롤 스타 지니어스.
-또는 온전한 김일두를 만나는 길.”
작년 GQ에서 올해의 목소리로 선정되었고, 투박하지만 따스한 부산남자의 발라드 ‘문제 없어요’로 전국의 이혼녀와 AIDS 보균자들의 독보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곱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이자 자꾸 보다보면 마치 잘생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묘한 매력의 어쩔 수 없는 천재 싱어송라이터 김일두의 팬들에겐 연초부터 한꺼번에 무려 3장이나 쏟아지는 락앤롤 밴드 지니어스의 앨범에 입이 귀까지 찢어질 새해 선물이 될 것이다. 2장의 씨디에 38곡을 꾹꾹 눌러 담아 발매한 김일두 콜렉션 에 이어서 신보 를 포함해 지금까지 지니어스의 역사를 총 정리한 3장의 cd를 한꺼번에 남김없이 펼치는 것이 푸근한 인심인지, 내일 따윈 생각하지 않는 대책없는 락앤롤 정신인지 그 의중을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딸랑 한 곡 짜리 디지털 싱글이나 서너 곡이 담긴 ep가 넘쳐나고 정규 앨범까지 전략적으로 반 토막 세 토막 쪼개 내는 시대엔 분명 보기 드문 자세다. 그간 김일두의 솔로 활동이 워낙 도드라져서인지 어쩌면 밴드 지니어스를 김일두의 일탈, 또는 사이드 프로젝트 정도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을 법한데 사실은 그 반대다. 서정적인 발라드를 불러오던 싱어송라이터 김일두가 사실 외도이자 사이드 프로젝트였던 것이었다. 그가 불러 온 노래 가사 속에도 분명 ‘당신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담배 뿐 아니라 락앤롤도 끊겠어요.’ 라고 락커로써의 정체성을 이미 밝힌 바 있었다. (락앤롤도 끊겠다는 것은 가사 그대로의 의미 받아들이기 보단 뭐, 말이 그렇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포장하자면 시적허용 뭐 그런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정적인 발라드 가수 김일두를 사랑해왔던 눈치 없는 몇몇 이들은 ‘알고보니 내가 내연녀였단 말인가...’ 하고 망연자실할지도 모르겠다.
김일두 역시 스스로 싱어송라이터 보다는 다국적 락앤롤 연맹 밴드 지니어스의 멤버로 활동할 때 더욱 편안하고 프라이드를 느낀다고 한다. 전 곡의 가사를 영어로 만든 것 또한 내수용이 아닌 락앤롤 한류. 해외진출 외화벌이의 원대한 야망이 읽혀지는 부분이다.(귀 기울여 들어보면 대부분 해석이 되는 욕설 +중학교 수준의 가사는 아마도 청자들의 수준을 고려한 배려일 것이다.)
다시 한 번 확인 사살하자면 당신들은 세컨드였던 것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축복처럼 쏟아지는 지니어스의 드럽고 뜨거운 락앤롤을 받아들여 온전한 김일두의 음악세계를 만나는 것만이 퍼스트가 되는 길이다. 언제까지 세컨드로 남아 마신다 술 참는다 울음 이토록 처연하게 버틸 수는 없지 않은가.
과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오래 전 핫뮤직이나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아왔던 진정한 의미의 락앤롤 스타가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티브와 케이씨, 김일두 고향도 외모도 다른 세 명의 사내가 그야말로 락앤롤스럽게 술 퍼마시다 우발적으로 뭉친 밴드 지니어스는 지금껏 착실히 그들만의 방식으로 락앤롤 스타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작년엔 그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건만 직장을 때려치우고 자비를 털어 미국 투어 공연을 강행했다. (지니어스의 미국 투어는 곧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기대하시라.) 가까운 일본과 스티브의 고향 대만에서도 툭하면 뱅기 타고 바쁘게 오가며 한류의 토대를 착실히 다지고 있는 중이다. 싸이를 넘어서는 락앤롤 한류를 일으켜 보겠다는 그들의 야심이 가끔은 무모하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무모하고 시대착오적이지 않은 락앤롤이란 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무모하지도 시대착오적이지도 않으면서 반반한 외모 하나 믿고 락앤롤 스타인 척 구는 이들이 잔뜩 설쳐대는 이 땅에서 무모함과 시대착오다. 자꾸 보다보면 마치 잘생겨 보이는 것 같은 비주얼까지 고루 갖춘 밴드 지니어스야 말로 준비된 락앤롤 스타의 자격이 충분하다. 앨범 발매와 동시에 밴드 지니어스의 공연도 줄줄이 이어질 전망인데 한 가지 팁을 준다면 무대에 오르기 전에 지니어스 멤버들에게 술을 사준다면(아마 술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스테이지는 더욱 원초적이고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 street writer 방 호 정
[지니어스]2008년 부산에서 만들어진 밴드 지니어스(GENIUS)는 '난봉꾼들'에서 시작해 '엄마아들(Mamason)'로 이름을 바꾼다.
첫 베이스 연주자 '앤디 구띠에레즈'의 고향 복귀와 함께 '엄마아들-Mamason'의 이름으로 앨범을 만든다. 떠나는 친구를 위한 기록물이다. (Mamason – Yangatchi, 2009)
이 후 새로운 베이스 연주자 서창완이 함께 하면서 이름을 지니어스(GENIUS)'로 바꾼다. 2010년 6월, 1년을 함께한 서창완의 군입대와 함께 두번째 기록물을 만든다. (GENIUS - Birth Choice Death, 2010)
이 후, 새로운 베이스 연주자 스티브와 함께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단순하고 빠른 Rock n Roll 을 원하는 이들은
2년 동안의 '취권'들을 모아 2014년 2월, 새로운 앨범을 발매한다. (GENIUS – Beaches, 2014)
"우린 펑크가 아니다. 그냥 술에 취했을 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