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나리 소다 (Kanari Soda)' [캣타워] 2014년 말, "음악 좀 한다고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홍대 락스타를 응징하고 다니는 남자, 그게 바로 나 김락건이다!" 이라는 황당한 내용의 노래 하나가 발표된다. 그 노래는 "나 김락건"이라는 곡이었고, 그 곡의 주인공인 김락건은 단 한 곡을 내고 사라졌지만 굉장히 세련되고 테크니컬한 하드락을 들려 준 바 있는 밴드 'John Doe'에서 커리어를 시작, 현재 한국 인디씬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 중 하나인 'Lowdown 30'의 베이시스트로 맹활약 하고 있으며, 한국 인디계 최고의 기타 리페어 공방 'Stompbox'("럭셔리 부띠끄 기타샾" 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는 명소라고 한다.)의 오너로도 맹활약중인 인물이었다.
싱글 발표 즈음과 더불어 '김락건'은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내가 홍대 주먹의 제왕 / 미물들아 조심히 살아라 / 하지만 손님에게는 언제나 친절 / 악기 상담부터 인생 상담까지 완벽하게 등등 흥미진진한 드립을 날리기 시작했고, 싱글곡 "나 김락건" 의 화제와 함께 단숨에 한국 인디씬의 컬트 히어로로 빠르게 자리잡기에 이른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인디 컬트 센세이션의 주체가 '김락건'이 아닌, '까나리 소다' 라는 밴드임을 제대로 캐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 김락건"이라는 곡이 지닌 코믹함의 이면엔 고전 블루스/하드락의 빈티지함, 모던 헤비니스 장르들의 혁신성이 꿈틀대고 있으며, 이는 "제대로 된 음악을 해 보고자 하는 욕구"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 "김락건 센세이션" 은 '까나리 소다'의 묵직한 음악적 존재감을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긍정적 측면의 프로모션 전략이었던 것이며.... 여기까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간 김락건님의 찰진 "물리치료"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본인 역시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여하간 단 한 곡의 디지털 싱글로 수많은 이야깃 꺼리를 만들어 낸 화제의 밴드 '까나리 소다'가 오랜만에 돌아왔다. 데뷔 싱글에서 보여준 임팩트함이 너무 강해 "이번에도 김락건이 먼저냐? 아니면 까나리 소다라는 밴드가 먼저냐?'라는 의문감을 단번에 하게 만드는데... 역시 이들은 만만치가 않다. 왜냐면 병맛 밴드로서의 쾌감, 음악적 밴드로서의 진지함 모두를 제대로 표현해 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롭게 밴드에 합류한 한국 멜로딕 블랙메탈 베테랑 'Dark Mirror ov Tragedy'의 기타리스트 '손경호'와 'Lowdown 30'의 드러머 '최병준'의 애제자라고 전해지는 '조중현', '까나리 소다'의 열혈 서포터를 자처하는 '정태경(J-Brothers)', '이정우(Cuba)', '윤병주(Lowdown 30)', '김규하'(재즈 기타리스트)와 같은 분들의 아낌없는 조언, 프로듀서로 참여한 '김인수(Crying Nut)', 엔지니어로 참여한 '최성준(Studio 801)' 의 레코딩 지원군까지... 실로 기대가 아니 될 수 없는 백그라운드 요소들도 풍성하다. 이번에 발표되는 3곡짜리 EP 앨범은 "음악도 100점 / 병맛도 100점"인 실로 흥미진진한 한장이다. 'Lynyrd Skynyrd'로 대표되는 빈티지함과 테크니컬함이 겸비된 고전 블루스/하드락의 음악적 품위, 그 빈티지 하드락을 90년대 헤비니스로 멋지게 개선해 낸 Down과 같은 밴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거칠고 도발적 모던함, 'Infectious Grooves'와 같은 양질의 하이브리드 락/메탈 특유의 버라이어티한 흥미로움 등 음악적 존재감/무게감은 이번에도 실로 묵직하다. 하지만 데뷔 당시부터 “우리는 외모로 승부하는 아이돌 밴드.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라는 것을 천명하였듯이, 모든 이들을 폭소의 도가니에 몰아넣는 강렬한 병맛코드도 매우 매우 강력하다. 대놓고 자신이 대범한 수컷임을 어필하지만, 실제로는 쉴 새 없이 짱구를 돌려대며 자신의 이익만을 탐닉하는 기회주의 짠돌이의 내면세계의 치부를 필터링 없이 시원하게 담은 "수컷 이야기".
세상을 살며 이래저래 겪는 고난과 역경속에 피어나는 짜증과 파괴본능을 담배 한 대 태우며 싸나이답게 극복 해 나가는게 뭐가 죄냐는 투로 시원스레 질러대는 "흡연무죄". 고양이들 특유의 까칠귀염한 삶을 병맛 마초 코드와 가장 터프한 사운드로 유쾌하게 그려낸 "캣타워". 이 세 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허세, 오버, 마쵸, 어불성설, 병맛의 대융합은 굳이 "김락건 드립"이 출동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쌈빡함을 한껏 선사, 청자들의 입꼬리를 자연스레 올리고선 내려오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강렬한 흡인력의 병맛 컨셉 추구, 그 뒤에 숨겨진 자신들만의 음악적 무게감 확보라는 "음과 양의 조화"가 완벽하다는 점이다. 컨셉만 뻔드르르한 밴드 참 많다. 음악적으로 참 잘하지만 너무 진지해서 노잼 크리 터지는 밴드도 참 많다. 우리들의 '까나리 소다'는 다르다. 그저 웃기려는 밴드로 치부하기엔 고전 블루스/하드락의 품위와 모던 헤비니스의 패기가 너무 강렬하며, 음악적 부분으로만 바라보기엔 이들의 코믹 쾌감은 한국 최고의 인디 주먹 김락건의 펀치만큼이나 강렬하다.
과연 이들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일까? 한국 인디 최강의 주먹 '김락건'이 중심이 된 코믹 밴드? 아니면 코믹함을 연막으로 하여 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다양한 락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행하는 학구파 밴드? 두 가지 요소들 중 하나를 간과하고 하나만 부각시키며 말하기도 힘들며, 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진 밴드라고 평가하기에도 각각의 요소가 너무 강해 그 또한 옳은 평가는 아닐 것이다.
단 세 곡의 싱글로 만들어 지는 거대한 존재감... 실로 멋지고 위험한 밴드 '까나리 소다'의 진면목의 서막... 과연 이들의 최종목표는 어디이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어찌 될 것인가...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두근거림을 안고 조만간 '까나리 소다'의 진정한 근원지 '김락건'님의 럭셔리 부띠끄 스톰박스로 떠나야겠다. 기타를 비롯한 밴드 악기 수리 및 인생상담, 개념탑재 등등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그곳 말이다. 불쑥 찾아가서 물어보는 무례를 저질렀다가 그분의 무시무시한 주먹맛을 보기 전에 전화 예약부터 해야겠지? - 이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