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독스 (Feverdogs) [우주소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나가겠다는 치기 어린 목표 아래 2009년 9월 결성된 피버독스는 2013년 6월, 대망의 정규 1집을 발매하고 이후 부산국제록페스티벌, 2013 잔다리페스타 등 여러 굵직한 무대에 올라왔다. 지금까지의 활동과는 많은 것이 달랐기에 어느 정도는 잘 나간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히 그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고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망이 강했기에 홈 그라운드인 부산, 취객들이 난동을 피우는 너저분한 PUB에서부터 동백락원과 같은 로컬 기획 공연을 가리지 않고 늘 그랬듯이 로컬 밴드들과 함께 연주해 오며 씬의 확장과 발전을 꾀하고 있었다.
2013년 8월, 외롭고 고된 로컬 밴드로서의 삶 속에서 피버독스는 정규 1집 [달콤한 나의 악몽]을 완성해 냈던 대연동의 스튜디오를 정리했다. 전화도 안 터지고 초가을부터 성에가 끼듯이 춥고, 모든 것이 열악했던 환경에서 벗어나 모던 록 밴드 '오락부장'의 리더 원비가 차린 Bigi Studio에 새 둥지를 틀어 정규 2집에 실을 곡들을 계속해서 작곡해 나가던 피버독스는 실력파 엔지니어인 원비의 잔소리와 충고 속에서 화끈하게 밀어붙이던 지난 연주와는 달리 완급 조절을 해 나감과 동시에 좀 더 부드러운 음악 스타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리더 이준수는 뜬금없는 80년대 초기 신디사이져 팝 스타일에 빠져 버려 거칠게 내지르던 목소리를 버리고 편안한 노래를 하기 시작했으며 기타리스트 손상환은 공간계 이펙터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부산 인디 밴드들의 컴필레이션 앨범 [동백락원]을 통해 갑작스러운 신곡 빠삐용을 공개했고 정규 1집 발매 6개월 만에 새롭게 선보인 신곡은 기존의 다소 우울하고 거칠었던 정서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정규 2집의 발매를 준비하던 피버독스는 마침내 맛보기로 2월 3일 [우주소년]을 발매하게 되었다.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의 초음속 자유 낙하 이벤트로 온 지구가 떠들썩했던 2013년의 어느 날, 사실 그 이전부터 헬륨 가스 기구를 타고 허접한 우주복을 입고 그보다 훨씬 수십 년 전에 성층권에서 지구로 자유 낙하를 시도했던 조 키팅거의 이야기에 심취되어 있던 이준수는 중력의 힘으로 음속을 돌파하며 지구로 추락하는 이미지에 매료되어 1집 최종 믹싱 과정 중에 갑작스럽게 멜로디를 떠올려 곡을 써 냈다. 이 후 1집 활동 중 조심스럽게 멤버들과 함께 곡을 만들어 왔으며 1집의 정서와는 180도 달라진 깔끔한 연주와 믹스, 그리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코드 워크 속에서도 드라마틱함을 놓치지 않은 우주 소년은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우주로부터 지구로 추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9년, 결성 당시의 '그 누구보다 잘 나가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그들은 여전히 잘 나가는 밴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신곡을 발매하겠다는 피버독스의 행보는 인디라는 개념이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린 요즈음에 인디 밴드란 모름지기 주류의 힘과 간섭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방법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곡과 연주론을 창조해 내는 것이 그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거대 음료수 회사의 스폰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없이 헬륨 기구 하나와 산소통, 구식 우주복에 의존하여 자유 낙하를 시도했던 조 키팅거의 이야기처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