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을 거닐게 해주는 '아슬 (Aesul)' 의 새 앨범 [New Pop], 오묘한 매력으로 가득 찬 한 편의 독립영화 같은 앨범
'유카리(Yukari)' 가 2012년 12월에 발매한 앨범 [에코(Echo)] 는 지금까지 평단과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국내 일렉트로닉 음악의 독자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뮤지션, 국내 인디씬의 드림 팝과 로파이 사운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흐른 2016년 5월 9일, '아슬(Aseul)' 이란 단어로 뮤지션 명을 바꾼 그녀는 [New Pop] 이란 앨범을 발표하며 우리를 새로운 꿈으로 초대한다.
먼저 음악을 통해 조용히 눈을 감게 해주는 뮤지션 '아슬' 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그녀는 대학에서 전자음악을 전공한 뒤 작곡, 보컬, 연주, 믹싱 등 모든 부분을 직접 담당하며 2012년 12월 셀프-프로듀싱한 앨범 [Echo]로 데뷔한다.
이후 이 앨범은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뮤직의 이달의 앨범, "MTV/IGGY" 의 Artist of week에 선정되었고, 세계적인 슈게이징 전문 웹진 "THE SILENT BALET"의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2014년에는 일본의 "PlanchaRecords" 를 통해 데뷔 앨범 [ECHO] 일본 에디션을 발매하여 일본 음악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마치 꿈 속을 거닐게 해주는, 이번 '아슬(Aseul)' 의 [New Pop] 역시 그녀는 작곡, 작사, 보컬, 기타, 피아노 그리고 레코딩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전곡을 작업했으며, 마스터링은 'Boards Of Canada', 'My Bloody Valentine', 'Aphex Twin' 을 작업한 영국의 'Noel summerville' 이 담당했다.
인트로부터 보너스트랙까지 총 12개의 이야기로 완성된 [New Pop] 은 다양한 구성으로 한 곡 한 곡 트랙을 이어가는데, 모든 곡을 다 듣고 나면 오묘한 매력으로 가득 찬 한편의 독립 영화를 감상한 효과를 준다.
12가지의 각기 다른 공간과 시간의 꿈이 쌓여, 무의식의 세상에만 가둬놓았던 갖가지 기억들이 마음 밖으로 꺼내지게 되는 경험.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독특한 영화 같은 이 앨범을 통해 약해진 마음을 잠시 기대어 보는 건 어떨까?
"지적인 음악, 세련된 음악, 힙한 음악,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만한 멜로디가 아닌" 게 분명하다는 뜻에서 아슬은 앨범 제목을 [새로운 팝(new pop)]이라 지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자신의 음악에 담긴,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팝' 성향을 강조하고 싶어 만든 타이틀이리라 나는 생각했다.
가령 어떤 응급 상황을 표현한 듯한 'Intro'의 긴박감과 경쾌한 'Give Me Five'의 비트 사이로 명멸하는 'Dazed', 'Nothings'의 자욱한 칠웨이브/인디트로니카 성향이 바로 그 '뉴팝'의 실체인 식이다.
전자음악을 전공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을 지향한다는 아슬은 사실 3년여 전 [Echo]라는 앨범으로 작은 반향을 일으킨 유카리(Yukari)의 다른 이름이다.
코알라를 좋아해 코알라 먹이인 유칼립투스에서 힌트를 얻은 그 이름이 뜬금없이 일본어로 받아들여진 탓에 바꾼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튼 하임(Haihm)과 아오키 타카마사(AOKI Takamasa)를 좋아하는 아슬은 그 이름 그대로 아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무려 정규작으로 덜컹 내놓은 것이다.
'Fisher'의 가사처럼 그것은 언제라도 좋을, 아무래도 좋을, 같은 곳에 있는, 그런 음악이다. 자신이 내건 전제를 비튼 "지적이고 세련되고 힙"한 'Loveless'를 들어보라.
- by. 김성대
유카리의 명의로 발표한 『Echo』(2012)는 입체적인 사운드의 공간과 신디사이저의 머물러 있는 시간 사이 차분히 점멸하며 잔향을 남기는 보컬로 그만의 색과 온도를 들려주었던 판타지였다.
느리지만 아름답고 차갑지만 따뜻했던 한 줄기 이중나선의 감성은, 아슬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이번 앨범 『New Pop』(2016)을 통해 보다 다채로이 뻗어나가는 리얼 프리즘이 되었다. 하나의 트랙 내에서도 감정이나 사운드가 요동칠 정도이다.
그중 타이틀 곡 「Fisher」는 지난 앨범의 템포, 정서와 가장 먼 곳에 자리한다.
몽환적인 사운드 공간감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멜로디에도, 또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전진하는 비트의 빠른 호흡과 전달력 높은 가사의 낭만적 중언이 단순한 매력을 줘, 듣는 이 누구나 쉽게 그만의 신선함에 매혹된다.
텍스트가 의미를 잃고 다양한 목적과 분위기만 남아 난립하는 전자음악의 부유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아슬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Fisher」의 직설적 유혹이, 곧 앨범이 의도하는 '새로운 팝' 혹은 '일렉트로닉 방언' 또 다른 전형을 비춘다
- 정병욱 (음악취향Y)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