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이런 심술이라면 얼마든지
'몽니'.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심술을 부리는 성질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김종필 전 총리가 1998년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며 "우리도 성질이 있다. 때를 맞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되 그러고도 안되면 몽니를 부리면 된다"고 말해 '뜨거운' 단어로 떠올랐다. 김 전 총리가 아니었으면 이 밴드의 이름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신문 정치면 기사에서 이 단어를 본 '김신의'는 뜻과 상관없이 '몽니'가 주는 어감이 좋아 밴드 이름으로 낙점했다. "길을 가다 귀엽고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몽니'의 음악을 처음 접한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몽니'는 올해로 데뷔 12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는 2005년 1집 앨범 [첫째 날, 빛]으로 데뷔한 지 10주년을 맞은 해였다. 그 동안 이들은 네 장의 정규 앨범과 여러 장의 EP, 싱글들을 내며 감성적인 멜로디와 노랫말의 모던록으로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 KBS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탑밴드 2]와 MBC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3]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도 어느 정도 쌓았다. 그렇게 만들고 쌓아온 10년의 역량을 '몽니' 10주년 기념 베스트앨범 [FIX]에 담아냈다. CD 두 장에 22곡을 담아 '몽니'의 음악세계를 집대성했다. '몽니'의 이름을 처음 알린 건 데뷔 앨범 수록곡 "소나기"다. '김신의'(보컬)의 실제 경험담을 담은 애절한 노래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했더니 그녀는 "안 될 것 같다"며 거절했고 몇 달 뒤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녀가 난치병을 앓고 있었음을 '김신의'는 뒤늦게 알았다. 국화꽃 향기가 나던 날 주체할 수 없이 몰아치던 슬픔을 그는 격정적인 선율에 담아냈다. 소나기처럼 한바탕 쏟아져 내리고 사라져버린 거대한 슬픔은 듣는 이들의 가슴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청자의 가슴을 흔드는 노래들은 '몽니'의 공식처럼 되어버렸다.
이번 온스테이지에서는 비교적 최근 곡들을 들려준다. 첫 곡 "그대로 있어주면 돼"는 지난해 발표한 '몽니' 10주년 베스트앨범 [FIX] 수록곡이다. 이전 발표곡들을 새롭게 편곡해 담으면서 신곡 두 곡을 포함했는데, 그 중 하나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을 담담하게 노래한 곡인데, '몽니'를 10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해준 팬들을 향해 하는 말일 수도 있고, 거꾸로 팬들이 '몽니'를 향해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두 번째 곡 "소년이 어른이 되어"는 2012년 발표한 EP [소년이 어른이 되어] 수록곡이다. 이번에 새롭게 편곡해 베스트앨범에 담은 버전을 연주했다. 소년이 어른이 되어 세상을 알아가듯이 '몽니'는 지난 10년 동안 한국 모던록을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어른이 된 '몽니'는 이제 세월을, 인생을 더욱 멋지고 깊이 있게 노래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