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과 선원들' - [연애]
"자신이 자신을 견딜 수만 있다면" - 단편선
감정의 충만함과 기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연애의 설렘을 좋아한다. 하지만 또 다른 사이드에서 허무라는 감정에 종종 빠져드는 나는, 연애에 대해 냉소하기도 한다. 삶의 어느 시점이 지난 뒤, 나는 이 두 타입의 내가 딱히 아이러닉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원래 간사한 존재이며, 따라서 무리해서 이를 통합하려 하지 말고 마음이 흘러 가는 대로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 차라리 낫다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 밸런스는 불안하다. 하지만 인간은 과연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존재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안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안고 가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불행할지라도.
"연애" 라는 제목의 곡에는, 이런 전제들이 깔려있다. 나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서로 또 사랑했으면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사랑의 아름다움에 숭고함을 느끼는 나는 한편으로 왜 사랑하고, 기쁘고, 행복해져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다. 때로는 그것이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지난겨울과 여름 두 달 가량을 머무른 익산의 외따로 떨어진 한 작은 농가에서 느끼고, 어느 순간 노래가 쓰이기 시작했다. 불안하고 복잡한 감정이 곡 곳곳에 묻어있다. 고맙기도 하고, 또 부끄럽기도 하다. 감정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못난 성격 탓인 듯하다.
긍정적이지 못한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사람들이 서로 사랑했으면 한다. 연애는 서로의 몸과 마음이 휘감기고, 섞여 드는 경험이며, 때로는 삶의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계기란 것들이 그렇듯, 시작하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 물론 과정 속에서는 물론 어떤 종류의 결과가 생성된다 해도, 한동안은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에, 때로는 몸을 기대어보는 것도 나쁜 일만은 아니다. 자신이 자신을 견딜 수만 있다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