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듀오의 반짝이는 춤, '바른생활' [춤을 춰]
일상의 담백한 이야기에 색을 입히는 팝 듀오 '바른생활'은 함께 노래하고 연주한다. 이가을은 건반을, '최혜인'은 기타를 각각 맡고 있다.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선후배로 만나 2014년 데뷔 싱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을 발표한 두 사람의 목표는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소화하는 프로듀싱 듀오였다. 지금까지 "상상", "새벽형인간", "모르겠어"를 포함한 4개의 디지털 싱글과 첫 번째 EP앨범 [밤의 멜로디]를 내면서 작, 편곡과 더불어 녹음, 믹싱, 뮤직비디오 제작의 모든 과정까지 직접 소화했으니 사실상 단시간에 목표에 도달한 셈이다.
'바르지만, 바르지만은 않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아 만든 이름과는 달리, 바르고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팀이 바른생활이다. 뮤지션 선배들의 눈에도 이런 모습이 예쁘게 보이지 않았을까. 이번 싱글을 위해 밴드 '9와숫자들'의 리더 '9(송재경)'가 멘토로 나서 작편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의 전 과정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이승환'의 밴드지원 프로젝트 '프리 프롬 올'에 선정되어 쇼케이스도 곧 열게 된다. 선배들의 아낌없는 지원사격을 통해 데뷔 2주년을 맞이한 듀오는 지금보다 더 큰 보폭으로 앞을 향하는 중이다.
첫 곡 "춤을 춰"는 '이가을'이 가사와 멜로디를 썼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이 춤을 추는 모습에서 얻은 뭉클함을 곡으로 표현했다. 하고 싶은 일을 깨닫는 과정에서 방황하는 사람, 행복을 찾고자 애쓰는 모든 이에게 마음껏 스스로를 표현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가벼운 비트의 댄스곡이다. "춤을 춰"를 '꿈을 꿔'로 바꾸어 생각해도 좋겠다. "메리 파라다이스"는 '최혜인'이 작곡했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쌓는 대표적 행위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느끼는 벅찬 행복감이 음절 사이사이를 넘실댄다.
삶은 필터가 없다. 드라마 속 인물의 과장된 억양도 대사도 현실에서는 농담의 소재로 오갈 때가 자연스럽다. 실제의 우리는 주변 사람의 별다르지 않은 말과 행동에 때때로 깊이 위로 받는다. '바른생활'의 음악은, 그렇게 담담하게 귓가를 울린다.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끄덕일 만큼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만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본 음원은 은평음악창작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우수뮤지션창작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 '9 (9와숫자들)'의 프로듀서 코멘트 -
국비 지원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두 곡의 싱글이 담긴 이번 디지털 앨범에 참여하며 이들과 소중한 연을 맺게 됐다. '밴드 음악 범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이 시대에 우린 서로의 '김춘수의 꽃'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2014년 데뷔 싱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을 시작으로 2015년 11월 발표한 EP [밤의 멜로디]까지 '바른생활'은 묵묵히 '바른 행보'를 이어왔다.
멘토로서 이들의 문제를 굳이 꼽자면 너무나 '바르다는 것'이었다. 두 멤버 모두 유려한 작곡 실력을 갖고 있었고 노래와 건반, 기타 연주에 능했다. 듀오의 경우 (특히 혼성),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한 쪽은 프론트로, 다른 쪽은 서포트의 역할로 비중이 갈리게 마련인데, '바른생활'은 남녀 더블 프론트로 50대50의 안정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내놓은 곡들은 이지리스닝 성향의 어쿠스틱 팝이 주를 이루었지만 근저에는 옛 가요부터 영미 모던록까지 폭넓은 레퍼런스가 깔려있어 최종 작업물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능력이 충분하다.
성실과 열정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다. 각자 곡을 쓰고 둘이 만나 편곡을 하고 다양한 영상물과 공연, 이벤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청춘의 대부분을 쏟아 붓고 있는 듯 했다. 이토록 '올바른' 멘티들에게, 그다지 바르지 못한 멘토로서 해줄 수 있는 충고는 하나뿐이었다. '때로는 바르지 않아도 돼!'
열정적으로 음악을 탐구하고, 묵묵히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저 자유롭게 상상하고, 여유 있는 자세로 삶을 만끽하며 거기서 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편안하게 노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바른생활의 진정한 매력은 그럴 때 발산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며 즐거운 삶과 재미있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래가 '이가을'의 "춤을 춰"와 '최혜인'의 "메리 파라다이스"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영감을 얻은 "춤을 춰"는 흥겨운 리듬 속에서 서서히 감동에 젖어 들게 하는 노래다. '모두가 잠이 들고, 어두운 밤이 오면, 모두가 아니라고, 가만히 기다리라고 말을 해도' 춤을 추라는 말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바른생활의 다짐으로도 들리고, 항상 어딘가에 치이고 눌려있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위로로도 들린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좋은 노랫말의 전형이다. 차분하게 정제된 멜로디를 두 사람이 똑같이 부르는데 소위 말하는 '절묘한 케미'가 느껴진다. 둘이 섞여 새로운 한 사람이 된 것처럼 안정적인 조합이다.
"메리 파라다이스"는 몽상과 그리움에 대한 노래다. '끝없이 이어질 오후 세 시의 티타임도, 한없이 뜨거울 오후 세 시의 바닷가도 그대와 함께라면' 정말 좋을 거라는 노랫말에서 유년기의 짝사랑을 떠올렸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무엇을 해도 행복할 것 같았던 상상 속에서 지새우던 밤은, 망각의 무덤으로 사라진 '빙봉'처럼 나이를 먹으며 한참을 잊고 살아온 추억이다. 기교를 뺀 나른한 보컬과 단촐한 편곡 속에서 영롱하게 들려오는 악기들의 음색은 그렇게 잊혀진 추억을 되살려낸다.
'바른생활'은 이제 시작이다.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놓칠 뻔 했던 숨은 보석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바른생활' 덕분에 잊고 지냈던 열정과 성실함의 소중함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작지만 의미 있는 이들의 변화에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다. 변화된 모습으로 새 길에 오른 '바른생활'의 앞날을 응원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바른생활'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1. 춤을 춰
Composed by 이가을
Lyrics by 이가을
Arranged by 이가을, 최혜인, 9 (9와 숫자들)
Main Vocal 이가을, 최혜인
Chorus 이가을, 최혜인
E. Piano 가을
Guitar 최혜인
2. 메리 파라다이스
Composed by 최혜인
Lyrics by 유진, 최혜인
Arranged by 최혜인, 이가을, 9 (9와 숫자들)
Main Vocal 최혜인
Chorus 최혜인, 이가을
Piano 이가을
A. Guitar 최혜인
E. Guitar 9 (9와 숫자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