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식스의 전성기에 발매된 김홍탁 작·편곡으로 된 음반으로, 객원 싱어들인 선우영아, 임성훈, 송혜경이 참여했다. 선우영아의 노래로 퍼즈 이펙트를 이용한 도발적인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하드록 넘버 ‘내 님이 그리워’를 필두로, 임성훈이 부른 최초의 오리지널 버전 ‘당신은 몰라’와 그의 또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내 사랑 끝없이’를 비롯해, 키 보이스와 히 파이브가 발표한 바 있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과 초원의 히식스 버전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앨범이다.
초회 500장 한정반
인서트 포함(라이너:송명하)
오리지널 마스터 릴 음원으로 제작.
히 식스(He 6)의 연주와 김홍탁의 작, 편곡으로 된 음반으로, 객원 싱어들인 선우영아, 임성훈 그리고 송혜경이 참여했다. 히 식스는 알려져 있다시피 히 파이브의 해산 후 멤버가 재편되며 결성된 밴드다. 1970년 4월 11일 경향신문에는 “‘초원’ 등 인기곡으로 알려진 에레키 그룹 「더 히·파이브」가 지난달 29, 30 양일간 살롱 코스모스로 고별공연을 갖고 17일의 시민회관 쇼 무대를 마지막으로 해산한다.”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렇게 4월 17일 마지막 공연을 펼친 히 파이브의 잔류 멤버 두 명, 즉 김홍탁과 조용남의 후속 행동은 빨랐다.
마지막 공연 후 20일 만에 투 에이스(오승근, 홍순백)을 보컬로 내세워 코스모스라는 팀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앞서 조직된 코스모스란 밴드, 혹은 프로젝트의 활동이 얼마만큼 지속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보름 만에 새로운 밴드가 조직되었고 그들은 곧바로 코스모스 살롱의 간판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바야흐로 히 식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김홍탁과 조용남은 이렇게 권용남, 유상윤, 이영덕, 김용중을 영입하며 히 식스를 결성하고, 같은 해 시민회관에서 열린 ‘제2회 전국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1970년 10월 14일, 히 식스의 데뷔앨범 [He 6 Vol.1]이 발매된다. [He 6 Vol.1] 수록곡을 살펴보면 히 파이브 시절에 비해서 눈에 띄게 창작곡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 첫 눈에 들어온다. 또 기존 가요(‘황성 옛터’)와 민요(‘울릉도 타령’)의 편곡도 눈에 띈다. 히 파이브에서 이어진 계보임을 확인 시키는 초원 시리즈 연작 가운데 두 번째 파트인 ‘초원의 사랑’, ‘말하라 사랑이 어떻게 왔는가를’의 빅 히트는 밴드 사운드에 대한 공감대를 일부 한정된 계층이 아닌 일반 대중으로 확장시켰다.
그렇게 ‘창작곡을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히 파이브 시절과 달리 히 식스의 활동에서 창작이라는 행위는 무척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어쩌면 당시 라이벌로 존재했을 신중현의 음악활동 역시 이러한 히 식스, 엄밀히 말한다면 김홍탁의 행보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선우영아가 부른 ‘내 님이 그리워’는 퍼즈 이펙트를 이용한 도발적인 기타 사운드가 히 식스의 데뷔 앨범에 수록된 ‘울릉도 타령’을 연상시키는 하드록 넘버로, 하모니 보컬로 참여한 히 식스 멤버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오프닝 트랙으로 이 곡을 배치한 이유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신중현이 여성 보컬리스트와 함께 만들어냈던 성과를 의식한 김홍탁의 의도로 보인다. 선우영아는 ‘눈물의 연인’, ‘분홍빛 러브레터’, ‘청춘무정’ 등 대표곡을 들어보면 팝이나 록 스타일보다는 트로트 성향의 가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히 식스가 가세한 이 곡에서의 짧은 변신은 성공적으로 도출됐다. 파피 패밀리(The Poppy Family)의 ‘That's Were I Went Wrong’는 물론이고 정훈희와 김추자의 버전이 잘 알려진 헤드바와 데이빗(Hedva & David)의 동경가요제 우승곡 ‘나오미의 꿈(I Dream Of Naomi)’을 통해서 역시 본격 팝 스타일로의 접근을 들려준다.
‘당신은 몰라’는 이후 히 식스(1972)와 검은 나비(1974)에 의해 다시 녹음되어 히트했던 곡으로, 신중현에 의해 데뷔했던 임성훈이 녹음한 이 음반의 버전이 최초다. 그 가운데 검은 나비의 버전이 가장 크게 히트했다. 김홍탁이 미국으로 떠난 후 김추자, 이현, 윤항기 등의 가수들이 무단으로 취입했는데, 당시엔 저작권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발표들이 가능했다. 하지만 검은 나비의 경우는 그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음반에 ‘깔리는’ 곡으로 취입했던 몇몇 뮤지션들과는 달리 빅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후 김홍탁이 그 소문을 듣고 한국에 있는 동생을 통해 이 곡의 무단 사용에 문제제기를 했고, 결국 무단 사용자들이 신문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의 조치로 원만히 해결되었다. 이 한 곡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유추해낼 만 하다. 그리고 이 음반에 수록된 임성훈의 버전이 말 그대로 ‘오리지널’이다.
김홍탁이 이전에 재적했던 키 보이스와 히 파이브가 각각 발표한 바 있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과 ‘초원’의 히 식스 버전을 통해 밴드와 녹음의 진화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로우며, ‘내사랑 끝없이(Can't Stop Loving You)’에서 검은색 창법을 제대로 소화하는 임성훈의 또 다른 모습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음반 이후 히 식스는 국내 록의 소중한 유산 가운데 노른자위를 차지하는 [He 6와 함께 고고를! GoGo Sound 71 제1집](1971)과 [He 6와 함께 고고를! GoGo Sound 71 제2집](1971) 그리고, 실질적인 마지막 앨범 [사랑의 상처 / 아름다운 인형](1972)을 발표한다. [사랑의 상처 / 아름다운 인형]의 재킷에 등장하는 ‘인기의 정상을 달리는 여러분의 히 식스’라는 표기가 전혀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고, 여기에 음악적으로 가장 무르익는 시기였다는 점은 음반을 들어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데뷔작과 히 식스의 후기 명반군의 연결고리에는 바로 이 음반이 있었다.
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