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날개 [의식의흐름]
소우주 속 대우주를 찾아가는 여정
장르의 나눔이 무의미해지는 음악이 있다. 크게 보아 포스트록의 영토에 머문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장르로 포괄하는 것도 적절한 것은 아니다. 늘 설명되지 못한 잔여가 있다. 특정한 정서나 배경도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모호한 멜랑콜리와 자욱하게 피어오른 안개. 이상의날개의 음악이다.
CD 두 장으로 발매되는 신보 [의식의흐름]은 이들의 지향점이다. 그간 밴드가 탄생해 앞으로 나아간 흔적이자 기록이다. 나는 이번 음반 재킷이 핵심을 말해주고 있다고 본다. 눈동자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검은 호수가 되는 음악. 늘 반대쪽을 향해 움직이는 음악. 서정과 격정. 잔잔한 격랑. 모순처럼 보였던 것들이 기묘하게 하나의 음률에 실려 음악이 된다. 이상의날개의 음악이다.
리더 문정민(보컬과 기타)의 설명에 의하면, “만남인 줄 알았는데 헤어짐인 것, 끝과 시작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한다. 그렇게 트랙들은 위태롭게 이어져 흐른다. 오프닝 ‘의식의흐름’은 이야기의 출발점이자 방향성이다. 마치 이곳에서 실타래가 뻗어 나간다는 듯 곡은 음반의 전체 구조를 보여준다. ‘붉은하늘’에서 들을 수 있는 응축과 폭발, ‘코스모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안으로의 확장’, ‘눈’이 말하려는 듯한 소우주 속 대우주. 그 모든 것들이 접혀지고 펼쳐지고, 메우고 또 회전한다. 84분이 순식간이다. 어느새 ‘공’에 이르렀을 때, 밴드가 말하고자 했던 건 결국, “이 안의 이야기는 그 어떤 것도 아니었음”을 말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예전 이들의 음반 소개글을 쓰면서, “여백이 중요하게 기능하는 음악”이라는 부연을 달았다. 나는 여전히 그 말이 유효하다고 믿는다. [의식의흐름]은 소리보다 그 안의 공간에 주목하게 만든다. 쓰여 있는 글귀와 음악보다 그 사이에 숨은 뭔가를 엿보게 한다.
이상의날개의 음악이다. 라디오헤드나 시규어 로스, 엔비 등 수많은 레퍼런스를 가져다 댈 수 있겠지만, 엄연히 이것은 이상의날개의 음악이다. 레퍼런스를 이용하며 레퍼런스를 넘어 또 다른 레퍼런스가 되는 음악. 솔직히 이렇게 좋아질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첫 EP 때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매끈하게 마름질되었고, 새로운 멤버 김동원(기타), 하태진(베이스), 이충훈(드럼)도 완전히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미묘하게 좋다. 마지막 트랙 ‘공’이 멈추는 순간, 조금 울컥했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웹진 ‘이명’ 편집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