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 제대로 사고(?!)쳤네~” 참 오래 기다리기도 했고, 꽤 기대가 컸던 신보 수록곡들을 듣고 난 후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었다. 흔하고 많이 사용되는 ‘나비’에 ‘날개’, ‘춤’, ‘색’ 등 평범하게 단어를 이어붙였다면 지금처럼 호기심과 궁금증 가득하고 쉽게 잊히지 않는 밴드 이름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콕 찍거나 눈 딱 감고 입에 털어 넣어서 맛을 보고 싶게 만드는 “나비맛”의 새로운 풍미는 이렇다. 진하게 발효되고 감칠맛도 적당하며 익히 먹어본 듯한 것 같기는 한데 뭐라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색다름과 새로움까지 더해졌고 특히 만든이의 자부심과 자신감에다 손맛까지 가득 느껴진다. 많은 그릇을 팔지는 못 해도 좋지만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급하게 많이 만들지 않고 저가 재료로 장난치는 얄팍한 타협은 없이 “이게 바로 내 솜씨와 비법까지 더해 만들어진 한 상 차림이오!”하는 음식장인의 당당함과 고집까지 느껴진다고 할까?... 꼭 길어야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4분 이하의 곡은 단 2곡 정도일 만큼 평균 6~7분은 족히 넘는 11곡의 수록곡들은(심지어 놀랍게도 타이틀곡이 12분 가까이 된다) 70여 분을 꽉 채우고 있다. 록을 바탕으로 블루스, 포크, 재즈, 사이키델릭, 앰비언트, 프로그레시브 록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적 표현과 실험적인 구성. 가려지고 막힌 벽을 넘어 훨훨 나는 나비 특유의 몸짓으로 특정 장르와 때로는 스튜디오 녹음 스타일에서도 벗어나 라이브의 느낌으로 형식에 연연하지 않는 자신감과 자유로움이 매력이다. 게다가 팝과 록 음악에 정통한 마니아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Tommy Bolin, David Bowie, The Doors, Velvet Underground, David Gilmour(Pink Floyd), Stevie Ray Vaughan, Dave Matthews Band 등의 이름들이 연상될 만큼 흥미롭다. 의미심장한 타이틀인 [Portable Exit (휴대용 비상구)]를 비롯해 여러 수록곡들의 제목과 내용에서 그가 얼마만큼 현실과 세상에 대해서도 고뇌하고 생각하며 음악에 반영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마울 따름이다. 노갈(노은석)을 중심으로 정말 많은 뮤지션들과 음악관계자들이 함께 힘을 모았고 노갈의 아내가 디자인을 한 모래 아트 커버도 다시 한번 더 눈길을 모으게 한다. 빼꼼히 적혀 있는 많은 녹음실과 녹음장소 등이 그 진행과정의 어려움과 고민 등을 느끼게 해주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은 노갈과 그의 지인들이 함께 이뤄낸 당당함과 자신감인 것만 같다. 평범하며 답답하고 때론 화나는 일상에서 벗어나 때로는 이 초록색 음악나비가 이끄는 비상구를 통해 벗어나고 탈출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글/성우진(음악평론가, iFM ‘한밤의 음악여행’ PD&DJ)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