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의 이름인 ‘여성 (戾聲)’은 ‘잘못된 소리’라는 의미로 일견 부덕해 보이지만 인간적인, 그리하여 강자이며 동시에 약자인 평범한 사람들의 일그러진 욕망을 특유의 어두운 음향과 정제된 가사로 표현한다.
전작에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가창을 봉권 자신이 했지만, 이 앨범에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섯 명의 여성 객원가수들을 앞세운다.
재즈싱어 정란과 양은혜, 팝싱어 최솔지와 마리에 그리고 ASMR 아티스트 뽀모와 같은 다채로운 페르소나를 통해 풍부하게 표현되는 디바들과의 시너지로 더욱 깊고 진한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게 되었다.
앨범 전반에서 형식 면에선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사운드를 활용하고 배치하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봉권 특유의 기괴함과 평범한듯하지만 가시처럼 파고드는 가사들이 여성 가수들의 열연으로 들려질 때, 이는 우리가 기대하지 않던 특이한 형태의 감흥을 불러오게 된다.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농밀한 사운드와 타협이 없는 세계관으로 이루어진 개성적인 색채를 통해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다.
1. 여성 (戾聲 feat. 양은혜)
앨범 전반의 세계관을 들려주는 곡으로, 특유의 섬세하게 제어된 몽환적인 사운드가 주변을 감싸며 마치 침전하는 듯한 공간을 느끼게 된다.
2. 부정 (否定 feat. 최솔지)
담담하게 부정함을 고백하는 노래로, 피아노 트리오 위에 절제된 전자음으로 구성된 편곡이 화자의 비정함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3. 잔행 (殘行 feat. 마리에)
‘츤데레’라 불리는 이상 성향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곡으로 진행될수록 사운드는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해가고 그러는 사이 화자의 이중성이 어느 순간 설득력을 갖게 된다.
4. 중독 (中毒 feat. 정란)
끈적거리는 욕망을 형상하는 듯한 사운드 속에 중독자와 같은 노래로 억압적이고 파괴적인 애정이 표현된다. 빽빽한 음향 사이로 꿈틀거리는 듯한 디테일이 감상포인트.
5. 독무 (獨舞)
봉권 자신이 직접 부른 곡으로 반복되는 가사와 리듬으로 만들어지는 독특하고 느린 그루브로 전통적이지만 비범한 전개를 보여준다.
6. 습지 (濕地 feat. 뽀모)
ASMR 아티스트인 뽀모와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적인 곡으로, ASMR을 부분적으로 차용했다. 무반주로 부르는 기묘한 목소리에서 전자음으로 만들어진 왈츠로의 이행, 음악적인 요소가 최소화 된 긴 연결구가 소름 끼치는 체험을 선사한다.
7. 장물 (贓物 feat. 마리에)
화자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하듯 지속해서 유동하는 사운드 속에 금지된 것을 갈망하는 욕망이 매력적인 훅을 통해 이야기된다.
8. 이명 (異名 feat. 정란)
출렁거리는 리듬 위에 격정적으로 펼쳐지는 가창, 그리고 그를 유린하듯 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전자음으로 특이한 고양감을 불러 일으킨다.
9. 교차 (交叉 feat. 최솔지)
통속적인 듀엣곡과는 달리 개성적인 편곡으로 이루어진 곡이다. 듀엣곡에서 사용될 만한 장치들을 배제하거나 비틀어 사용하여 봉권 특유의 기괴한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10. 재회 (再會 feat. 뽀모)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어두운 다른 곡들과 달리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희망이 담긴 가사와 함께 전개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