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유란이 적은 ‘결핍’의 기록
작곡가 유란이 정성스레 새긴 ‘나의 노래’들은 삶의 순간마다 이 빠진 그릇처럼, 무언가를 잃은 채로 버텨온 우리의 이야기다.
열기를 잃고, 사랑을 잃고, 계절을 잃고, 때때로 나 자신조차 잃어 끙끙대던 무수한 밤들은 그 자세한 기억들을 잊고 쓰라리던 마음만 남겨 깎이지 않는 그늘이 되었다.
유란은 그러한 결핍을 노래하여, 직접 손대는 위로가 아닌, 같은 곳을 조용히 응시하는데서 오는 위로를 전한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가장 연약한 방식이면서도 고요히 처절한 치료다.
흉터 같던 그늘은 노래를 통해서 쉼터가 되고, 외딴 섬 같아서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우리들은 밤바람 같은 속삭임으로나마 서로에게 불어간다.
그래서 그녀의 고백은 ‘미로’같은 일상도 결국 ‘그대를 걷는 길’이었음을, 우리는 ‘아직도 어쩌면 갈수록’ 다치면서 성장 중임을 조용히 알리는 당신의 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이 유란의 노래가 ‘우리에게’ 결국 ‘나의 노래’가 되는 방식이다.
글 김지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