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호' [FLY]
세월은 무엇이든 낡고, 녹슬게, 만들어버린다. 풍파에 지친 엔진은 묵직하고 둔탁한 사운드를 내며 시동을 켠다. 금방이라도 꺼질듯 흐릿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속에서, 속도감만은 짜릿하다. 우울한 가사와 대비되는 밝은 톤은 독특한 빛을 밝히며 그대로 내달린다. 그는 주문을 거는 것 처럼 계속 자신에게 시동을 건다. 좌절은 온몸이 부서질 듯 버겁지만 최고의 동력임은 틀림없다.
'레처(Lecher)', '더 클럽(The Club)', '제이워커(Jaywalker)'를 거쳐 헤비메탈, 하드록부터 인더스트리얼, 재즈까지 전방위적 사운드를 넘나드는 '방경호'가 새로운 싱글을 발표했다. 전작이 재즈였다면 이번에는 록에 기반을 뒀다. 언제나 여러 장르를 아우르지만 그의 색깔은 분명하다. '네이버 이주의 발견 선정' 등 줄곧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것도 이런 개성과 집념의 결과다. - 김반야(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