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숫자들' [수렴과 발산 (Solitude and Solidarity)]
2년전 [보물섬] 앨범이 완성되던 즈음 저희는 다음 앨범 제목을 [수렴과 발산]으로 짓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당시엔 세밀하게 정제된 음악과 자유분방한 음악을 동시에 펼쳐 보이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지난 2년동안 저희도, 저희의 작업도, [수렴과 발산]의 의미도 많이 변했습니다.
'9와 숫자들'의 새 앨범 [수렴과 발산]의 영문 부제는 'Solitude and Solidarity'입니다. 이를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독과 연대連帶’가 됩니다. 수렴은 어느 한 점을 향해 열심히 다가가는 것입니다. 완전히 닿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나아가 거의 닿을 정도로 아주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발산은 끝을 모르고 뻗어나가는 것입니다.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만 한다면 선택된 방향으로 무한히 진보하며 단 한 치도 퇴보는 없습니다. 고독은 혼자 있는 것이고 스스로 궁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고독은 때로 즐거움을 주지만 때로는 외로움을 줍니다. 세상에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문제도 많습니다. 연대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연대는, 고독이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종종 손쉽게 해결해주곤 합니다. 고독이 숙명이라면 수렴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이자 그 안에서의 노력입니다. 어느 순간 목격하게 된 타인의 고독에 마음이 움직이고, 각자의 고독 안에 머물러있던 수렴이 타인의 고독으로 방향을 틀 때, 연대가 이루어집니다. 연대를 통해, 우리와 우리가 속한 세상은 끝 모르는 발산을 이어갈 힘을 얻습니다.
타이틀곡 "엘리스의 섬"은 먼 옛날 엘리스 제도(Ellice Islands)라 불리던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Tuvalu)의 사연에서 시작된 노래입니다. 해수면상승으로 국토 일부가 잠기기 시작했고, 늦어도 100년 안에는 국토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투발루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과 다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뉴질랜드와 같은 주변국으로 이주하고 있는 투발루인들에게 우리는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고독한 투발루인들이자, 엘리스의 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연대해야 합니다.
6년 넘게 한결 같이 '꿈'을 노래하면서도 정작 저희들의 꿈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번 작업을 하며 저희의 꿈이 어쩌면 '꿈을 노래하는 것'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렴과 발산(Solitude and Solidarity)]은 저희들의 새로운 꿈이며, 여러분의 꿈, 우리의 수렴과 발산, 고독과 연대를 힘껏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