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전부' 의 [다수결], 아홉에 사라진 하나의 목소리를 위해
2015년 이맘 때 나왔던 옴니버스 앨범 [강의 노래] 를 기억한다면, 그 음반의 전설같은 선배들 사이 제 몫을 당차게 담당하던 낯선 신인 듀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새의전부'. 시적인 이들 듀오의 이름은 역시 시인 박철의 동명의 시에서 이름을 따왔다 했다. 여기서 시적인 이 이름이 의미심장한 것은 시인이 새를 빌어와 그 이름을 붙였던 의미와도 상통할 것이다. 시인에게 새는 전원의 아름다운 새에 그치는 것이 아닌 도시민의 약자로서의 비유물이었다.
"다수결" 은 놀랍도록 직설적인 가사에 놀랍도록 서정적인 멜로디가 전혀 불화하지 않고 만나고 있는 곡이다. 그것은 말이 담고 있는 메시지보다 말이 가지고 있는 어조의 담담함 때문이다. 열 가운데 아홉의 목소리로 무엇이든 해결하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이다. 아홉에 의해 우리는 성장하고 성취하고 몸집을 불린다. 눈부신 성과와 비대해진 몸집은 매일 매일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던 시절, 많은 가치들이 숫자로 치환되던 시절 정당화되던 논리였다. 그러나 그 시절부터, 저성장기에 접어든 근래까지 줄기차게 아홈이 아닌 하나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이들은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었을 것이다.
'새의전부' 라는 팀의 정체성은 약자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를 포함해서. 이 곡의 가사를 쓰고 노래를 부른 멤버 '한소리' 는 담백하게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열 중 아홉이 아닌 하나가 '새의전부' 라고. 그래서 이익보다 지킴을, 불리자보다 빼앗지 말자는 배제된 목소리를 자신의 목소리로 가져온다. 2-30년전처럼, 응팔의 보라처럼 목에 핏대를 세우고 외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하고 낮은 목소리를 귀하게 여기는 2000년대 이후 젊은이들의 방식으로 또박또박, 담담하고 서늘하게 내뱉는다. 다 해결되었어요 / 아홉이 웃었으니까 / 다 해결되었어요 / 하나는 울었으니까 라고.
[강의 노래] 에서 "너와 나" 라는 곡을 기억한다면 이들이 얼마나 여백을 다루는 데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 잊기 어려울 것이다. "다수결" 역시 거기에서 멀지 않다. 이들의 든든한 선배 '박용준' 은 편곡자로서 이 세계를 소중히여기고 솜씨있게 손질했다. 서늘한 여백이 담고 있는 참담한 진실은, 하나의 울음을 전하며 고조되고 반복되는 소리는, 하나보다 아홉을 여전히 소리 높여 외치는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조용히 곱씹으며 기억한다.
우리의 ‘해결’뒤에 있는 울음에 관하여, 참담하게 배제된 하나에 관하여, 외면하려 하나 외면될 수 없는 진실들에 관하여, 크고 높은 소리가 아니라도 잊지 않고 되풀이하고 기억해야 하는, 아마도 결코 지우지 못할 낮은 목소리에 관하여 - 2016년 04월 기린그림
'새의전부'. 없는 이들의 눈빛이 새의 전부이다. - 박철 새의 全部 중에서. 팀 이름 '새의전부' 는 박철 시인의 동명의 시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이 시대의 연약한 사람들을 새로 비유해서 쓴 시였습니다. 새의전부는 노래가 단순히 ‘놀기 위해 있는 무엇’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을 무차별하게 휘두르지 않고 따뜻하게, 때로는 가슴 저미게 전달해보고자 하는 것이 새의 전부가 음악과 노래를 통해 하고 싶은 일입니다.
제2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연주상 수상 참가곡 "흙에 뭊고 웃자" 멤버 : '이원혜' (27, 작곡 / 노래 / 건반) , '한소리' (28, 작곡 / 노래)
작사 - '한소리' / 작곡 - '이지응' / 편곡 - '박용준' / 리뷰 - '기린그림' / 사진 - '김종현' / 디자인 - '새의전부' / Recording & MixDown - '이보령' @Sound Soluti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