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 그루브메이커, 새로운 챕터를 개막하다
'나잠 수' 1집 [Till The Sun Goes Up]
이름은 '나잠 수'라 쓴다. 띄어쓰기에 주의해야 한다. 이 이름이 익숙하다면, 그렇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리더인 그 사람이다. 이미 '술탄'에서 작곡자, 프로듀서, 엔지니어, 디자이너, 심지어 비디오 감독까지 겸임하는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던 그가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 건 프로젝트와 함께 자신의 솔로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밴드에서의 그가 6~70년대 소울/훵크의 클래식에 바탕을 둔 음악을 한다면, 솔로 '나잠 수'는 80년대 음악이 가진 특유의 질감을 소재로 리듬을 구성하는 '팝 댄스 가수'를 지향한다. 알앤비/훵크 음악과 뉴웨이브, 전자음악이 섞이던 그 시절의 질감을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및 드럼 시퀀서, 그리고 로우테크(low-tech)의 샘플링 사운드로 충실하게 재현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 그 결과 밴드에서의 복잡한 구성에 비해 보다 직선적인 리듬으로 듣는 이의 척추를 직격하는 좀 더 본능적인 음악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2013년 이음 소시어스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됐던 "울어요 그대"로 시작한 '나잠 수'의 솔로 작업은 2016년에 들어와서 본격화, 2월 싱글 [맥스 러브]에 이어 9월 또 다른 싱글 [사이버가수 아담]을 선보이게 되었다. 발랄한 노래의 선율이 인상적이었던 "울어요 그대", 강하고 빠른 록킹한 일렉트로 비트로 밀어붙였던 "맥스 러브", 그리고 섬세한 디테일로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사이버가수 아담", 이렇게 세 곡의 싱글에서 각기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던 '나잠 수'의 솔로는 이제 10월 1집 [Till The Sun Goes Up]의 발매와 함께 하나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좋은 리듬과 춤추기 좋은 음악이라는 밑바탕은 공유하면서도 밴드와는 확연히 다른, 마치 80년대 초반의 MTV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음악을 시도하는 '나잠 수'. 한편으로는 굉장한 음악적인 야심이 느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대단한 음악인보다는 앞으로 기대가 되는 신인 가수로 받아들여지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그에게서 멀리 내다보고 향하는 이의 마음가짐이 느껴진다.
첨단의 그루브메이커, 새로운 챕터를 개막하다. '나잠 수' 1집 [Till The Sun Goes Up]
다른 건 몰라도 '댄스 음악'을 만들어내는 '나잠 수'의 감각은 확실히 천부적이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리더로서 국내의 크고 작은 페스티벌 무대를 석권한 것도,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에 두 차례 초청을 받은 것도, 그리고 최근에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일본의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게 된 것도 그가 만들어 낸 음악이 춤추기에 그지 없이 좋은 음악이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런데 '나잠 수'에게 '술탄'이 하고 있는 훵크/디스코는 그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 안에서 어디까지나 한 단락일 뿐. 그래서 그는 바쁜 밴드 활동의 와중에도 꾸준하게 다음 단락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3년 첫 솔로곡인 "울어요 그대"를 발표할 때만 해도 아직 희미했던 밑그림은 2016년 초 두 개의 싱글 "맥스 러브"와 "사이버가수 아담"을 통해 명확한 형태를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2016년 10월, 그가 구상해 온 '댄스 음악의 연대기'의 다음 장이 개막한다. 나잠 수 솔로 1집 [Till The Sun Goes Up]와 함께.
'술탄'의 음악이 70년대의 전설적인 TV쇼 '소울 트레인'에서 주로 들을 수 있던 소울/디스코의 클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나잠 수'의 음악은 80년대 막 출범한 MTV에서 볼 수 있었던 신디사이저 중심의 댄스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전자악기의 등장으로 음악이 격변을 맞이하고 있던 그 시절 등장했던, 훵크와 록과 신스팝과 뉴웨이브를 결합한 테리 루이스(Terry Lewis)와 지미 잼(Jimmy Jam), 그리고 프린스(Prince) 등의 미네아폴리스 사운드를 당시 음악인들이 사용했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통해 재현하는 것이 '나잠 수' 솔로의 1차적인 목표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맥락을 몰라도 음악을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리고 즐긴다는 부분만을 생각한다면, 사실 이 음반은 '댄스'라는 기능에 충실하다. 아날로그 드럼 시퀀서로 만들어진 록킹한 일렉트로 비트가 일단 척추를 직격한 후에 신디사이저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악기들이 훵키한 연주로 그 느낌을 돋운다. 더블 타이틀곡인 "ZomB-Boy (feat. 넉살)"과 발매 전에 다양한 경로로 선공개했던 "Pink Lips", "맥스 러브",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왜때문에" 같은 트랙들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
더불어 음반 제목과 동명의 더블 타이틀곡 "Till The Sun Goes Up"을 비롯, "아무말"이나 "불꽃" 같은 곡이 예전의 '나잠 수'한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팝'의 정서를 물씬 품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에 그의 목적이 댄스를 넘어서 좀 더 넓은 영역으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그의 주특기인 춤추기 좋은 느낌을 극대화하며 동시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나잠 수'의 음반은 그의 야심과 역량을 100%로 발휘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작곡부터 녹음, 믹싱, 마스터링, 심지어 디자인과 뮤직비디오까지 도맡아 진행했던 밴드에서의 작업과 달리 이번 솔로 작업에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함께 했다는 점이다. 일부 곡의 작곡/편곡 및 녹음에 솔로 활동을 함께 하는 밴드 '빅웨이브즈'의 멤버 '백창열'이 참여한 것을 비롯, 더블 타이틀 "ZomB-Boy"에는 힙합계의 신성 넉살이 피처링했고, 신세하와 로보토미 의 리믹스 트랙이 보너스로 들어가기도 했다. 음악 작업 외에도 커버 사진은 박수환, 디자인은 김기조가 맡았고, '비보이들이 좀비가 되다'는 컨셉트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와 "Beat It"이 만난 듯한 "ZomB-Boy"의 뮤직비디오는 '레드벨벳', '태민', '오혁&프라이머리'의 비디오에서 뛰어난 감각을 드러낸 바 있는 영상그룹 GDW가 연출했다.
1집 발매와 함께 시작될 솔로로서 '나잠 수'의 활동은 발매 직후인 10월 30일(일) 발매 기념 할로윈 파티 'ZomB-Boy Domination'에 이어 11월 27일(일)의 단독 공연까지 숨가쁘게 진행될 예정이다. 그의 밴드 '빅웨이브즈'의 동료 '백창열'(기타)과 '김지인'(베이스)와 함께 할 그의 앞으로의 활동은 앞으로 꾸준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의 28번째 음반. '나잠 수'의 레이블 '프로덕션 나잠'과 공동 제작했다.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