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 [싫어요 싫어요]
뮤지션 이은철은 2009년부터 홍대 인디 씬의 내노라하는 밴드에서 건반을 담당해왔다. (현재도 세 팀의 건반을 맡고 있다.) 때로는 세션으로, 때로는 정식 멤버로 활동하던 그가 2013년 여름, 갑자기 이은철이라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내걸고 자신의 첫 EP앨범을 발표했다. 그것도 자신이 항상 다루던 건반이 아닌, 통기타 하나만을 들고. 그는 이제 더 이상 세션 키보디스트 이은철이 아니라, 포크 뮤지션 이은철로 기억될 것이다. 이은철 첫 번째 EP 앨범 [싫어요 싫어요]. 10년간의 솔로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는 이은철은 첫 번째 짝사랑이 실패로 끝났을 때, 술에 취한 채 방구석에 틀어박혀 통기타를 튕기며 가사를 썼다. 두 번째 짝사랑에게 고백을 하고 거절당했을 때, 그는 다시 통기타를 잡았다. 이후 세 번째, 네 번째 이어진 짝사랑의 실패는 크나큰 아픔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짜배기 가사가 탄생했다. 게다가 점차 다양한 가사와 통기타 실력마저 늘어났다. 그리고 이제 그는 더 이상 슬픈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자신의 과거를 낱낱이 드러내는 이 슬픈 기억들을 세상에 발표하면서.
'지구가 망한다 해도 싫어요.'("싫어요 싫어요" 中), '우리 사귀자, 그러자 넌 말했지, 저도 좋아요... 아차, 오늘은 만우절이로구나.'("만우절" 中), '오빤 착한데, 진짜 매력 있는데, 성격도 좋은데... 저 같으면 사귈 텐데, 그럼 니가 나랑 사귀던지.'("그럼 니가 나랑 사귀던지" 中) 그의 구구절절한 가사들을 음미하다보면 웃음과 눈물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뮤지션 이은철의 이야기지만, 남의 얘기 같지 않은 아픔과 처량함을 느낄 수 있다. 포크 음악에 걸맞게 소소하고 낯익은 가사지만, 일상의 소소함이나 뻔하고 익숙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누구나 겪어본 진정한 솔로의 삶을, 우울한 싱글의 삶을 노래한다. 그렇다고 '외로움'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나‘위로’라는 가식의 단어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낯익은 말과 기억들로 한편의 아련한 다큐멘터리를 선사한다. 뮤지션 이은철은 이번 앨범을 통해 포크 음악에 도전한다. 아직 기타 실력이 한참 모자라다고 스스로 강조하지만, 그만큼 그의 새로운 도전과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또한 이번 앨범에 담긴 처량한 가사들을 다시는 만들고 싶지 않다는 그의 작은 소망이 부디 이루어지길 바란다.(현재 그는 또 다른 새로운 짝사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짝사랑의 성공이후 어떤 가사를 들려줄지 무척 기대가 되지만, 안타깝게도 이은철만의 애절한 가사를 좋아하는 팬으로써 그의 새로운 짝사랑을 응원하기는 힘들지도. - 원피스매거진 에디터 이승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