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하게 읽어주는 목소리와 가슴 시리는 멜로디
* 골든두들의 '라운드 로빈'은 단편 소설과 낭독, 한 곡의 노래로 이루어진 도서입니다. 책 안에 낭독 음원과 노래 음원을 받을 수 있는 다운로드 코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이 편지의 형태를 빌렸듯이, 소설 '라운드 로빈'은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의 형태를 빌렸다. 북극과 남극에서는 자연 다큐의 톤으로, 적도에서는 예능 다큐의 톤으로, 연남동에서는 휴먼 다큐의 톤으로 읽어주는 태성의 목소리는 자유자재로 변화하며 지구의 둘레를 몇 번이고 엉켜서 굴러간다.
노래 '라운드 로빈'은 따뜻한 전자음으로 차가운 대기를 구현한 일렉트로 팝이다. 눈물이 나도록 그리운 빈티지 신스의 음색을 기반으로 탄탄한 베이스 기타가 리듬을 받치고, 높은 밀도로 밀어붙이는 극적인 구성 위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우민의 보이스는 소설을 읽고 나서 노래를 듣는 독자의 마음 속에 커다란 공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골든 리트리버 + 스탠다드 푸들 = 골든두들. 우민은 '에레나'로 활동하며 2006년 'Say Hello To Every Summer'를 발표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2012년 IRMA JAPAN 레이블에서 'tender tender trigger' 앨범을 발표하였다. 태성은 '페일 슈', '플라스틱 피플', '전자양'에서 베이스 플레이어로 활동하였다.
추천사
일렉트로닉 팝 듀오 골든두들goldendoodle의 싱글 "라운드 로빈"을 처음 들으며, 뜬금없이 아바ABBA가 더올랐다. 그래서 다시 들어보니 하나도 아바스럽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골든두들의 음악이, 이를테면 아바와 카디건즈The Cardigans, 비치보이스The Beach Boys, 좀비스The Zombies 같은 그룹이 활동하던 60~70년대 시절, 그러니까 선샤인 팝의 황금기golden-era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생긴 착시효과였다. 하지만 이들은 50년 된 팝그룹이 아닌 지금 여기의 듀오, 그런 까닭에 선샤인 팝의 감성적 원형을 지닌 골든두들은 그 사이 존재했던 수많은 팝 음악의 양식들을 두루 섭취하고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이름을 들어본 적 없고 빛깔도 낯설지만 껍질을 가르면 과즙이 튈 정도로 잘 익은, 아주 당도 높고 새콤한 과일을 한 입 베어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싱글 "라운드 로빈"은 듀오 골든두들 중 한 사람인 박태성이 쓴 동명의 단편소설과 함께 발표되었다. 소설은 북극, 남극, 적도에 사는 여러 동물들의 삶과 연애, 성장에 대한 서사가 서울 연남동의 곧 사라질 한 커뮤니티의 이야기와 대칭되는 구조로 구성되어있다. 한편 이 소설은 음악으로서의 "라운드 로빈"과 대칭되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찬미로 가득해 생명력 넘치는 음악 "라운드 로빈"과 다르게, 소설 "라운드 로빈"은 위트 있는 대화들에도 불구, 본질적으론 '어쩔 수 없음'에 기반한 세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음원을 기준으로, 이 소설에 대한 낭독이 시작되고, 이어지고, 끝나고, 그리고 음악 "라운드 로빈"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엔딩에 이르러서, 찬미가 시작되는 것이다. 너무 감정을 이입한 것일까. 나는 왠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인간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회기동 단편선(단편선과 선원들, 음악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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