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Deepest]
서교그룹사운드는 막 승천하려다 안타깝게 포기한 익룡처럼 보였다. 뜨겁게 차오르는 젊음의 열정이 담긴 날 것의 로큰롤, 반면 애늙은이처럼 성숙하고 담담하게 세상을 관조하며 뇌까리 듯 읊조리는 (혹은 내지르는) 노랫말. 그들만큼은 트렌드에 줄대기 하지 않고 장거리 경주를 할 것처럼 보였지만, 어느 순간 조용히 침묵하고 말았다. 그렇게 밴드를 이끌던 스물 하나의 '김세영' 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청춘을 보내고 서른이 됐다.
'김세영' 의 솔로 앨범 [Deepest] 는 말 그대로 '김세영'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내며 홀로서기를 선언하는 앨범이다. 무대 위 이안 커티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몽롱한 눈빛에 덧대 로큰롤을 내지르던 '김세영' 을 기억한다면, 그의 이번 변신에 놀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교그룹사운드를 지탱하던 정서가 포크 음악에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서교그룹사운드는 최대한 세상과, 감정과 거리를 두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초점을 두었지만, 개인의 '김세영' 은 보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성을 시각적인 형태로 풀어놓는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시간의 흐름과 고독, 우울한 정서는 그 동안 뮤지션 '김세영' 이 겪었을 방황을 짐작하게 한다. 젊음의 열정을 불태운 밴드가 해체되고 홀로 홍대 한 가운데에 서 있는 20대 중반의 불안한 예술가, 주머니는 비어 있고 꿈에 대한 열정은 예전 같지 않고 딱히 사회인이 되기에 너무 늦었거나 준비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나이 서른. 뜨거운 낮과 외로운 밤 사이를 오가며 온도와 시간 조절계가 고장 난 것처럼 조급한 듯 불안해하면서도, 기타를 잡고 삶을 되짚어 담담히 시를 써 내려가는 그의 성숙한 자세가 인상적이다.
기타에 하모니카 멜로디가 펼쳐지는 "달이 뜨기 전에", 앨범 명이기도 한 "Deepest", 서울전자음악단 곡을 슬라이더 기타주법으로 리메이크한 "따라가면 좋겠네", 뮤지션으로서의 자리를 고민하는 듯한 "낮과 밤", 죽음에 대한 화두를 담은 "드라이브" 까지. [Deepest] 는 인생의 한여름, 혹독한 더위를 견뎌내야 했던 '김세영' 의 20대가, 땀방울과 숨겨진 눈물이 담겨있는 일기장이다. (글 칼럼니스트 '손혜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