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STAGE. 아름다운 소리를 빚는 남자들
'맨'의 무대를 처음 본 건 2014년이었다. 신인들의 등용문인 [KT&G 밴드 디스커버리] 경연대회에서였다. 그땐 밴드 영문 이름이 'MAN'이었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이름이라니. 그들은 역동적이면서도 정교한 연주를 들려주었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나는 점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결국 우승했다. 그뿐이랴. [2014 EBS 9월의 헬로루키]를 거쳐 [2014 올해의 헬로루키] 최종 결선까지 진출하더니, 이듬해 [2015 신한카드 GREAT 루키 프로젝트]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네 남자다.
그 사이 이들의 영문 이름은 조금 더 특별한 'MAAN'으로 바뀌었다. 더해진 것은 단지 A자 하나에 불과하나, 이들의 음악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지고 세련돼졌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 7월 발표한 두 번째 EP [Right next door to MAAN]이다. 사실 2015년 4월 첫 EP [Come Around]를 낼 때도 이미 'MAAN'으로 바꾼 뒤였다. 첫 앨범에서도 분명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두 번째 앨범은 단지 가능성 있는 신인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터뜨려버린 A급 밴드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첫 앨범 때 추가된 A가 A-였다면 두 번째 앨범의 A는 A+라고나 할까.
'맨' 또한 그런 점을 잘 아는 듯하다. 이번 온스테이지 촬영에서 선보인 세 곡은 모두 새 앨범 수록곡들이다. 맨의 가장 큰 강점은 네 남자가 빚어내는 소리의 조화로움이다. 서로 다른 톤의 일렉트릭 기타 두 대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베이스는 아래에서 자신만의 선율로 균형을 잡아나간다. 또 드럼은 드럼대로 자신의 길을 가며 곡 전체에 강렬한 에너지를 부여한다. 단지 악기 네 대가 모였을 뿐인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합은 오케스트라 못지않게 풍성하고 아름답다.
목소리는 또 어떤가. '맨'은 메인 보컬이 따로 없다. 곡마다 메인 보컬이 바뀌는데, 누구 하나가 메인 보컬을 맡으면 나머지 멤버들이 백업 보컬을 기막히게 소화해낸다. 남성중창단의 멋진 화음이 떠오른다. 첫 곡 "밤"에선 기타리스트 '김페리'가 메인 보컬이다. "아아아~" 하고 다 같이 후렴을 부를 때면 신나면서 아름답다. 두 번째 곡 "8시"에선 기타리스트 '이경욱'이 메인 보컬이다. 다소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그루브가 고개를 까딱거리게 한다.
마지막 곡 "Under The Bridge"에서는 베이시스트 '신동익'이 메인 보컬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몽환적인 느낌을 더해주는데, 3분 20여 초 지점에서 잠깐 멈췄다가 연주를 폭발시키는 순간이 백미다. 이번 온스테이지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솔직히 음반으로 들을 때보다 훨씬 더 좋다. 이래서 나는 온스테이지가 좋다. 이 무대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좋다. '맨'이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