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이 1994년 발표한 레게 스타일 아방가르드팝/해체주의가요 걸작, <라스트 레게> 드디어 재발매!’
드레드를 하고, 간자(마리화나)를 피우며, 오프비트에 기타 커팅이 들어간 음악 혹은 그냥 밥 말리. 레게는 누구나 알고 누구에게나 멀리 있다. ‘목포의 눈물’을 듣고, 알기 이전에 즉각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들으려고 하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면 남한에서는 모든 게 멀다. 그런데 1994년에 이미 ‘Roots of Reggae’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데뷔한 가수가 있다. ‘음악의 신’ 이상민을 통해 지금의 세대에게도 널리 알려진 룰라의 온전한 이름이 ’(Roo’)ts of (R)egg(a)e’다. 1994년은 한국 레게史(파편도 역사라고 부를 수 있다면)에서 유일한 해였다. 레게팝이 연달아 가요 차트 1위에 올랐다. 명동의 패션 매장에서 룰라, 투투, 마로니에, 임종환의 곡이 울려 퍼졌고, KBS <연예가중계>가 레게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1989년 ‘컬트 댄스곡’ ‘호랑나비’로 가요계를 평정하고, ‘흔들흔들’, ‘59년 왕십리’, ‘내게 사랑이 오면’을 발표하면서 점차 입지가 줄어가던 김흥국도 그 막차를 탔다. 1994년 11월 1일, 김흥국의 앨범 <Last Reggae>가 발표됐다. 20년이 지난 지금이나 당시에나 ‘김흥국의 레게 앨범’에 대한 인식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김흥국이 야구 배트를 든 것만큼 황당했고, 김흥국이 논리를 따지는 것만큼 생뚱맞았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 20년 동안 배운 게 있었다. ‘그게 김흥국이지.’
1994년의 ‘레게팝 붐’은 갑자기 만들어진 사건도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었다. 지금도 동남아 유수의 리조트에 출연하는 카피 밴드가 필히 연주하는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UB40)’, ‘Sweat (A La La La Long)(Inner Circle)’이 93년에 발표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데뷔앨범 중 한 장인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Happy Nation> 수록곡이자 디지털 댄스홀을 차용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 ‘All That She Wants’, ‘The Sign’이 나온 것도 93년이다. 한국에서는 김건모를 밀리언세일즈 가수로 등극시킨 레게팝 ’핑계’가 수록된 2집 앨범이 93년에 나왔다. 독립음반 제작자가 여름을 대비해 레게 앨범을 제작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 ‘레게 앨범’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은 한국에 없다시피 했다. (리더 김장윤의 구속과 함께 사장된 닥터레게의 1집 <One>이 94년에 발표된 걸로 추정되는데, 적어도 레게팝 앨범이며 단 하나의 예외다.) 임종환의 ‘그냥 걸었어’를 작곡하고, 최근까지도 꾸준히 레게팝을 시도했던, 한국 레게팝의 개척자 김준기의 92년작 <사랑은 가도 추억은/ 지난 여름 엣세이>조차 레게 앨범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었다. 김건모를 시작으로 몇 년간 가요계를 휩쓴 레게였지만, 타이틀곡과 한 두곡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레게와 전혀 관련이 없는, 딱히 레게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보기에도 희박한 앨범 투성이었다. 한국의 여느 분야가 그렇듯이, 수십 년의 정치적 불안에서 비롯된 사회적 곡절, 반도 콤플렉스와 밀접한 문화적 굴절이 그 배경에 있었을 것이다. 대상이 가진 역사적, 문화적, 음악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관심이 없는 건 지금도 과히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말로서, 바다 건너 문화의 정수를 듣고 알고 표현하는 것이 선이라는 입장을 두 손 들어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이 아니었다면, <Last Reggae> 같은 괴/걸작은 나오지 않았다.
<Last Reggae>는 전곡이 레게다. 히트곡 ‘호랑나비’, 콧수염 때문에 곧잘 그와 비교되던 이장희의 노래 ‘그건 너’와 ‘자정이 훨씬 넘었네’조차 레게 버전으로 실었다.(연주곡으로 실린 ‘그건 너’는 ‘레게의 신’의 업적에 중점을 두려는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빠졌다.) 2016년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도, 전곡이 레게였던 한국 앨범은 선뜻 생각나지 않는다. 음악사적으로 리듬 앤 블루스, 재즈, 소울, 펑크와 조우하고, 힙합, 정글, 덥스텝, 그라임에 단서를 제공한 장르를 말하면서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노골적인 유행가의 욕망과 그에 비하면 양심도 없을 만큼 저렴한 프로덕션으로 만들어진 앨범이 어째서 전곡 레게인가라는 의문에 가깝다. 모르긴 몰라도 이 앨범에 참여한 사람 중에 드레드를 하고 간자를 피우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느 자메이카 아티스트의 앨범처럼 전곡이 레게인 ‘반도 레게 앨범’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상 LP 해설지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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