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어디에나 있다 '구텐버즈' [방방곡곡 혁명가]
누가 적었던 바대로, 혁명은 이름이나 명예, 화려한 수사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의 소멸이나 소실에 가깝다. 무엇을 위해 바꾸는 것도 아니고, 누구를 위해 바꾸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의 소유물로 등기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목적을 갖는 것도 아니다. 혁명은 그저 ‘지금 세상을 바꾸고 있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그것은 진행형이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손에서 손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다. 때문에 혁명은 강박도 아니고, 자기암시도 아니다. 마음이나 방향성만 일치한다면, 혁명은 어디에나 있다.
'구텐버즈'는 그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혁명이 거창한 뭔가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그들에게 성난 군중의 함성이 있는 광장이나, 개인의 방구석 소파는 다른 장소가 아니다. 광장에 나가지 못했다고 소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적극 동의한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개인의 삶을 더 지켜야 하는 시간이다. 일상이 무너지는 시대, 감정이 무뎌지는 시대, 문화와 취미가 강제 억압되는 시대. 방방곡곡에서 자기 방식대로 쟁투하는 개인들의 목소리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스스로 '말수가 적다(reticent)'고 고백한 바 있었던 밴드는 이번에도 조용하게, 나직하게 의견을 낸다.
작은 물결을 이루는 기타에 이어 모호의 읊조리는 보컬로 곡은 출발한다. 큰 반전은 없는 곡이다. 그간 '구텐버즈'가 발표해왔던 곡을 들어왔던 사람에게 새로움을 안기지는 않는다. 살짝 어둡고, 저 아래로 가라앉는 무드를 조성한다. 이미 익숙한 '구텐버즈'의 무드다. 화려한 테크닉은 찾기 어렵지만, 집중해서 듣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들의 삶이, 개인의 삶이, 우리의 삶이 살포시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충실한 일상을 통해, 이곳저곳에서 제도권이 흔들리고, 시스템엔 조금씩 균열이 생기리라 믿는다. 노래는 아직 오지 않은, 하지만 반드시 올 그날을 위해 울려 퍼진다.
구텐버즈는 2016년 1집 [Things What May Happen On Your Planet]을 공개하며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이 음반의 연장선상으로 들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방방곡곡 혁명가'. 소파 위에서 '방방' 뛰어다니며, 각자의 '방'과 거리의 '방'에서 어디론가 달리는 사람들. 그들이 그려나가는 일상의 지도 위에서 혁명은 쓰인다. 그것이 밴드가 이 곡을 통해 전하고 싶었을 거의 유일한 메시지다. "그게 좋은 삶(길)이에요(This is Good Way)"
_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