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희' [너의 가방]
주인을 잃은 작은 책가방과 그 아이의 물건들만이 덩그러니 남은 4월이 다시 돌아왔다. 아이가 입고 다녔을 바지에는 꼬깃꼬깃한 용돈이 들어있고, 더 이상 들춰 볼 이 없는 책들은 화석처럼 굳어버렸으며, 머리핀에는 아이의 갈색머리칼이 상흔처럼 남아있다. 주인과 더불어 반짝이던 다정한 사물(事物)들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사물(死物)들이 됨으로써 , 이 계절이 꽃피는 때가 아니라 꽃 떨어지는 시절임을 환기한다 .
개화하지 못하고 산화한 4월의 어린 꽃들을 어찌할까. 따듯한 멜로디와 나직한 목소리로 가수 조동희는 아이의 물건들을 쓰다듬는다. 그러나 시를 닮은 이 착하고 담담한 목소리는 물건들에 깃든 슬픔을 다독여 잠재우려는 애도의 노래라기보다는, 물건들이 놓인 부재의 자리를 응시함으로써 상실의 감각을 오히려 생생하게 보존하는 빛깔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이 노래에서 슬픔은 통곡으로 탕진되지 않으며, 주인 없는 물건들은 '유품'으로 땅속에 묻히지 않는다.
우리들의 4월, 지상의 이 비루함과 누추함을 '조동희'의 "너의 가방"은 이렇게 다정한 방식으로 증언한다.
작사.노래-조동희
작편곡.기타-배영경
오보에-이소림
첼로-민영애
바이올린-김상은
Recording&Mixing-이소림
Mastering-허성혁 at SoundSolution
Illust & design-현진식
Review-함돈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