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뮤지션으로 새로운 출발! '재주소년'의 정규 6집 [드라이브 인 제주]!
여전하면서도 새로운 '소년의 노래'를 부른다.
음악과 함께 떠나는 43분 27초 동안의 제주여행!
'글/ 정이현 (소설가)'
박경환 1집과 재주소년 5집을 몇 번이나 반복해 들었는지 모른다. 그 음악들은 나에게 2013년 봄과 2014년 가을 사이의 시간을 의미한다. 정신없이 지내던 시절이었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작업실과 집을 오가는 시간만이 내게 허용된 '틈'이었다. 이쪽 세계에도 저쪽 세계에도 속해있지 않은, '공항' 같던 순간. 그 길에서 유일하게 들었던 음악이 바로 '재주소년'이다. 왜인지 모르지만 다른 음악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재주소년 6집을 오래 기다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그의 새 음악이 세상에 나오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새 소설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감독의 새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내 마음은 '너무 많이 변했으면 어쩌지'와 '너무 똑같으면 어쩌지' 사이 어딘가를 서성였다.
2017년 여름의 시작과 함께 마침내 '재주소년'의 새 음악이, 곁에 도착했다. 심호흡을 하고 스피커 볼륨을 높인다. 햇빛 좋은 토요일 오후, 소파에 등을 비스듬히 기댄다. 그의 음악 속에서 내 몸이 살짝 공중으로 떠오른다. 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하늘이 푸르다. 초록빛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그의 음악에 실려 나라는 존재가 가만히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다. 낯선 곳으로 옮겨진다. 익숙하고 빤한 이곳에 내 몸은 그저 머물러 있는데, 어디로도 떠나지 않았는데...
6집의 그는 더 담담하고 단단해졌다. 많이 변하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똑같은 것은 아니다. 그는 현실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저 멀리 길을 떠나자고 재촉하지 않는다. 재주소년의 음악이 정말로 소중한 것은 이 지점이다. 그와 함께 떠나는 여행에는 여권도 트렁크도 필요 없다. 그저 일상을 아주 잠깐 멈추고 그의 음악 속에 몸과 영혼을 맡기면 된다. 그러면 이 무감각하고 메마른 현실의 공간이, 내 방과 우리 동네가, 또 다른 빛깔의 시공으로 마법처럼 바뀌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곡설명 by 박경환, 유상봉'
'재주소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정규앨범 [드라이브 인 제주].
두 멤버는 오랜 회의 끝에 '대외적인 모든 활동은 박경환 1인 체제'로, '유상봉은 작곡, 레코딩, 공동 프로듀싱 등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만 참여'하기로 했다. 2016년 겨울, 우린 그렇게 서울의 작은 공연장에서 이틀 동안 관객들을 맞이하며 그 소식을 전했다. 이러한 결정 이후 처음 선보이는 앨범인 만큼, 또 오랜만의 정규앨범인 만큼 곡과 곡 사이의 흐름과 배치, reprise 넘버 등 전체적인 짜임새를 여러 번 고민했다. 앨범의 타이틀처럼 제주 해안도로를 드라이브 할 일이 있다면 이 앨범을 첫 트랙부터 순서대로 재생해 주었으면 한다.
1. Drive in Jeju
작곡 이사라 / 편곡 박경환 이사라 유상봉
Drums 곽지웅 / E.Bass 노디 / Piano 이사라 / E.guitar 유상봉
오래 전부터 재주소년의 피아노 연주를 맡아왔던 제 3의 멤버 '이사라'의 곡. 그녀가 즉흥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이건 제주도를 드라이브하는 거야" 라고 말하자마자 박경환이 제목을 붙였다.
2. 하교길
작사, 작곡, 편곡 박경환 이사라
Drum, Percussions 곽지웅 / Contra Bass 노디 / Piano, Keyboards 이사라 / Violins 김상은 / Cellos 박가은 / Flugelhorn 박종상 / 12 steel string guitar, Chorus 유상봉 / N.guitar, Vocal, Chorus 박경환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올 즈음 산책을 했다. 나름대로는 이른 시간에 길을 나섰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벌써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교문 앞을 빠져나오며 재잘거리는 아이들 틈에서 이어폰을 낀 채 걷다 보니 중학교 시절 잠시 다녔던 독서실 앞을 지나게 되었다. 묘한 기분으로 산책을 마친 후 이곡을 다시 꺼냈고 노랫말과 멜로디를 완성시켰다. 그 다음에는 풍경 위에 색칠을 하는 기분으로 현악기와 관악기를 입혔다.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발걸음을 옮겼던 하굣길. 한걸음 물러나 그 모습을 바라보면 많은 기억들이 스쳐간다.
3. 캠퍼스 산책
작사 작곡 박경환 / 편곡 박경환 이사라
Drum, Percussions 곽지웅 / E.Bass 노디 / Keyboards 이사라 / Violins 김상은 / Cellos 박가은 / Trumpet 박종상 / 12 steel string guitar, E.guitar 유상봉 / A.guitar, Vocal 박경환
제주를 찾는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코스가 있겠지만 그곳에 살면서 대학생활을 했던 나는 제주에 갈 때마다 캠퍼스를 찾곤 한다. 학교는 여전히 스무살 무렵 아이들의 것.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선명하게 느끼며 순간적인 기분에 취해 할 수 있는 행동으로는 '안부전화' 정도가 있겠는데, 끊고 나면 가슴 한편이 시려오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긴 후주를 녹음한 후에도 할 이야기가 더 있었는지 *'캠퍼스 산책 2'까지 만들었다. *hidden track
4. 제주도 좋아하나요
작사 유상봉, 박경환 / 작곡 유상봉 / 편곡 박경환 유상봉
Xylophone, Melodion 이사라 / Harmonica 박종상 / A.guitar, E.guitar, Chorus 유상봉 / Vocal 박경환
'재주소년 표 본격 시푸드(seafood) 송'이라며 유상봉이 1절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지만, 박경환이 2절을 붙인 후 이번 앨범의 주요곡이 되었다. '바람이 시원한 그 섬엔 아직도 내가 있어요. 마음 먹으면 금세 도착할 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제주로 떠나게 할 것인가... 이번 앨범과 이곡의 할 일이다.
5.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
작사 작곡 박경환 / 편곡 박경환 이사라
Percussions 곽지웅 / E.Bass 노디 / Piano, Chorus 이사라 / Trumpet 박종상 / Ukulele, Chorus 유상봉 / N.guitar, Vocal 박경환
일주일간 제주에 머물렀을 때 쓴 곡이다. 여행 첫날 숙소 뒤에서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에 취해 기타를 치며 흥얼거렸던 멜로디가 몇 년째 수첩에 적혀 있던 메모와 만나면서 노래가 되었다.
6. 달리자
작사 작곡 편곡 박경환
Trumpet 박종상 / A.guitar, E.guitar, Chorus 유상봉 / N.guitar, Vocal, Chorus 박경환
2015년 여름에 발표했던 디지털 싱글. 6집의 정서 안에서 함께 이어 들으니 또 다른 울림을 주길래 탑승시켰다. '드라이브 인 제주'에 더 구체적인 풍경을 그려 넣는다. '숲속을 해변을 꿈속을...'
7. 좋아하는 마음
작사 작곡 편곡 유상봉
N.guitar, A.guitar, E.guitar 유상봉 / Vocal, Chorus 박경환
베란다 밖을 내다보면 낮과 밤이 수도 없이 반복되고, 그러다 찬바람 불며 겨울이 온다. 갈수록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잃어버릴 것들이 많아진다는 걸 느낀다. 데뷔앨범에 실린 '눈오던 날'의 기타 컴핑 리듬을 오랜만에 채용해 연주했다.
8. 덴고
작사 작곡 편곡 유상봉
A.guitar, E.guitar 유상봉 / Vocal 박경환
'덴고'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속 남자주인공의 이름. 1Q84와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보고 남겨진 여러 생각들이 겹쳐지면서 곡이 만들어졌다. 누구에게나, 누구든 간에 사무치는 이름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9. 오래된 바다
작사 유상봉, 박경환 / 작곡 유상봉 / 편곡 유상봉 박경환
Piano, Pad 이사라 / A.guitar, E.guitar, N.guitar, Chorus 유상봉 / Vocal, Chorus 박경환
다들 싱글을 발표하길래 해봤는데 너무 지리멸렬한 발라드 넘버가 아니었는지…
다만 우리들 사이에서는 애착도가 높아 다시금 정규앨범에 실렸다.
10. 너를 만났던 봄으로
작곡 유상봉 / 편곡 이사라 박경환
Piano 이사라
"오래된 바다"의 가사 한소절이 제목이 되었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연주할 수는 있다.
11. 등대의 노래
작사 작곡 편곡 박경환
Flugelhorn 박종상 / E.guitar 유상봉 / N.guitar, Vocal 박경환
이곡 역시 제주에 일주일 머무르던 때에 만들었다. 멍하니 앉아 바다를 바라보다가 노랫말을 적어 내려갔다. 멀리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이 켜질 때까지, 또 꺼질 때까지 바다를 바라보며 소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떨까... 등대를 바라보며 생각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