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0g
- 일본 제작
10cm(십센치)의 조금 청승맞은 발라드 에디션
장난기 가득 머금은 짓궂고 잔망스러운 가사로 사랑 받아온 십센치가 웃음기를 빼고 본격적으로 청승을 부린다. 지금까지 발매된 곡들 중 잔잔하고 서정적인 트랙들만 모아 발라드 에디션을, 그것도 바이닐 형태로 발매한다. 여유만만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만 그들을 알고 있었다면 좋아하는 마음 앞에 한없이 작아져 어쩔 도리 없이 휘둘리는 사랑꾼의 노래도 들어볼 좋은 기회다.
십센치의 진가는 사실 이전부터 이런 발라드 트랙에서 뚜렷이 나타나 팬들의 은근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슬프도록 좋은 시간 속에 끝을 예감하는 A side의 첫 트랙 ‘그러니까…’부터 짝사랑에 애태우는 B side의 마지막 트랙 ‘스토커’까지 모든 트랙들이 대체적으로 쓸데없이 로맨틱하고 지나치게 주제 파악 잘하는 한 남자의 혼잣말이다. 아마 ‘찌질함’의 대명사라 불리우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온갖 거추장스러운 감정들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딸려오는 사랑이라는 신기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찌질함이기에 나긋한 이 혼잣말들이 저릿하게 여운을 남기는 듯 하다.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할 때의 따스한 감각을 기억하고 갈망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두려움, 그리움, 간절함, 애틋함, 그 모든 것들이 이 특별한 에디션에 녹아 있다. 윤철종의 감미로운 기타소리에 얹히는 권정열의 독보적인 음색을 듣고 있자면 곡의 여백 사이로 어느새 감정이입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촉촉하다 못해 축축해진 감정들을 볕에 두고 반듯하게 말린 것 같은 이 앨범을 듣다 보면 사연 없는 사람도 노랫말 속 아련한 장면으로 떠밀려갈 법도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