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희', 10년만의 첫 솔로EP [psychotherapy]
2016년의 어느 가을밤이었다. 그날은 내 오랜 벗, 유빈이의 생일이자 승진 기념 파티날이었고, 찬이와 나 그리고 유빈이는 여느 때처럼 한 포장마차에 모여 광대가 빠지게 웃고 놀고 있었다. 한잔 두 잔 술이 기분 좋게 취할 때쯤, "내년이면 에이트 10주년인데 찬이가 주희 앨범 만들어주면 안 돼? 찬이 네가 주희를 제일 잘 알잖아" 정말,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항상 생각만 해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게.
무대에 다시 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나태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날들의 연속과..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흘러간 지난 몇 년간의 시간들을 끌어모아 미친 듯이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웃기게도, 나 자신은 무척이나 우울했고 외로웠으며 어두웠다는 사실을 글을 다 써내고서야 알았다. 처음으로 나와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내 인생에서 가장 용기 있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에게 솔직해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내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을 때 상대방에게 평가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자신을 포장하며 살아간다. 마치 그렇게 태어난 듯 그렇게 살아온 듯..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포장지를 벗긴 내 모습에 쏟아질 비난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녹음 작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꾸미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었는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노래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음정 박자라면 몰라도, 나의 감정은 기계가 해결해줄 수 없으니 말이다. 특히 마지막 트랙인 "bad dream"은 예전의 악몽 같았던 기억이 되살아나 녹음 내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나의 삶은 실패도 아픔도 많았다고 감히 말해본다. 그리고 단언컨대 누구도 오랫동안 아파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psychotherapy]는 내게 치유의 앨범이며, 그 어느 때보다 숨김없는 솔직한 앨범이다. 치유를 통해 다시 노래할 용기를 얻고 싶은 다소 이기적인 마음이 들어가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01 여배우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니 많다.
" 그렇게 경박하게 웃지 좀 마."
" 좀 여성스럽게 앉아 있을 순 없어? "
" 표정좀 예쁘게 지어봐 그래야 어울려"
그렇게 조금씩 나를 바꾸다 보니 많이 좋아지더라…..는 무슨. 결국 병이 났다. (가식을 요구하지 마!)
내가 나 자신을 연기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스스로를 보며 한숨처럼 터져 나온 말들이 이 노래가 되었다.
#04 Bad Dream
27살. 나는 감기에 걸렸다.
흔한 감기는 아니고, 머릿속에 찾아오는 독감 같은 거라는데.
사람들은 그걸 공황장애라고 하더라.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기억. 악몽 같던 그 순간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다.
#03 She's Mine
이성과 감성이 부딪히는 순간.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음식에 대한 유혹, 정신 차려 보니 텅 비어있는 통장 잔고.
나쁜 남자 또는 여자에게서 느껴지는 매력..
이제껏 감성이라는 녀석은 나를 참 많이도 나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내 안의 이성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02 Imma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노래 말고 해야 할 게 너무 많더라.
몸매가 좋아야 하지만 먹방도 잘해야 하고,
성대모사에 심지어는 백 미터 달리기도 빨라야 하며 활 쏘기도 잘해야 한다.
이런 방식들이 무대 위로 가는 지름길이라면 나는 조금 돌아서 가려 한다. 아주 천천히 나만의 방식으로.
반항이냐구? 맞아. 반항이야.
#??????
처음부터 두 곡으로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이번 앨범에 실리지 않은 트랙.
She's Mine이 이성이 감성에게 참았던 화를 쏟아내는 내용이라면 언젠가 곧 발표됐으면 하는 이 곡은 감성이 이성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 내용이다. 하여간 이 두 녀석은 늘 싸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