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나(Hayana)' [기대]
'하야나(Hayana)'의 첫 싱글 “기대”는 90년대 힙합 소울과 트렌디함이 잘 반영된 곡이며, 직접 쓴 가사와 센스 넘치는 진행, 능숙한 조율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곡이다. 첫 싱글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정도의 완성도와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수많은 알앤비 신예의 등장과 넘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이에서 충분히 밝게 빛나는 작품이다.
알앤비 시장이라고 별도로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정도를 넘어, 최근에는 알앤비 음악가가 정말 많아졌다. 사운드클라우드를 포함하여 인터넷상으로 먼저 데뷔를 하고, 이어 인디펜던트 시장에서 사랑을 받는 음악가가 많아졌다. 독특한 현상 중 하나는, 그렇게 성공한 음악가 중에서는 유독 얼터너티브 알앤비 계열이 많고, 여성 보컬이 많다는 점이다.
이번 싱글 “기대”는 '하야나'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한 곡이며, 솔로로서는 정식으로 데뷔하는 작품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몇 차례 선보여졌던, 힙합 소울에 가까운 알앤비 곡이며 '하야나'는 그러한 트랙을 뻔하지 않게, 자신만의 호흡으로 소화해냈다. 최근 90년대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이들이 늘어났는데, 이 곡 역시 그러한 면모를 조금은 느낄 수 있다. 특히 스크래치 컷을 포함한 세련된 디테일이나 베이스, 기타, 신스 사운드의 톤 등이 안정적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BPM이 느려지며 트렌디하게 변화하는 브레이크 역시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가운데 많은 변주가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하야나의 보컬 역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1절과 2절의 호흡을 다르게 가는 등 하나의 곡 안에서 만들어내는 호흡은 이 작품이 정말 처음으로 싱글을 발표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곡 안에서 트랙과 함께 호흡하며 전면에 나오지 않되, 오히려 그 안에서 조급함이나 과함 없이 여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은 이미 프로의 그것과도 같다. 자연스러우면서도 캐치한 리듬, 예쁜 가사와 함께 그것을 전달하는 감성까지 '하야나'에게는 데뷔나 시작이라는 말이 어색하기까지 하다.
한 장의 싱글만으로도 이 정도로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 여유를 잃지 않았다면, 이 음악가의 다음 행보에는 과연 어떤 모습과 어떤 작품이 있을까 기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차원에서 트렌드를 긴밀하게 읽은 듯한 모습을 통해 역설적으로 트렌드를 만들고 또 좇는 이들의 작품들이 주는 피로도에서 벗어나게 되며,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곡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밝게 빛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다. 늦은 밤, 머릿속에 누군가가 계속 잊히지 않는다면 이 곡을 듣고 용기를 내거나 희망을 가져보자.
블럭(칼럼니스트) 미래가 궁금해지는 음악가, 오래 살아남았으면 하는 음악가 - 하야나 [기대] 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