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는 두 번째 정규음반 [은하수]를 통해 '나'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외부로 옮겨와 '너와 우리'를 이야기 한다. 그저 관망이나 부유에 그치지 않고, 단단한 걸음으로 삶을 오롯이 관통하며 만난 세상과 사람들을 노래에 담았다. 1집[그리움도 병] 이후 만 3년 만에 발표한 10곡 안에는 만남과 헤어짐, 시간과 계절, 어린 시절, 고단 했던 하루, 사랑 등 일상의 단편들이 나열되어 있다. 재촉이나 유난 없이 나름의 속도로 음악가가 걸어온 시공간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 걸음의 끝에서는 작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듯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의 의지도 엿보인다.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시선과 마음이 따라가다가 어느새 겸허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따뜻함과 부드러움 속에 흔들림 없이 자리하고 있는 '정밀아' 음악의 무게감일 테다. 1집과 싱글 [꽃] 발표를 통해 각종 어워드에 이름을 올리며 싱어송라이터로 공고히 자리매김 하고 있는 '정밀아'는, 이번 2집 역시 전곡 작곡과 작사(트랙10번 제외), 편곡, 프로듀싱, 디자인 등 모든 과정을 직접 해 내었으며, 보컬과 연주에 이르기까지 한층 더 향상된 음악적 역량을 당차게 증명해 내고 있다. 전작에서부터 돋보이던 어쿠스틱 사운드는 여전히 풍성하게 살아있는 동시에, 소리의 비움과 채움의 적절한 배치로 각 트랙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와 같은 노랫말들은 그 깊이를 더했다. 또한 각각의 곡이 '부르는 노래'로서 충실히 기능하고 있어, 청자는 어느새 자신의 말과 마음이 되어버린 그녀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2집 앨범 [은하수]는, 그 누구의 격려 같은 것 없지만 그럼에도 하루를 살아낸 이의 퇴근길 풍경을 그린 "노래가 흐른다" 로 시작한다. '자비 없는 세상위로 공평하게 쏟아지는 이 봄빛을 빼앗지 말라'고 외치는 "봄빛". 권태로 갈 길을 잃은 사랑을 노래한 "달 가는 밤". 이 세상에 말과 생각의 완벽한 이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씁쓸한 사실을 위트 있게 풀어낸 "말의 이해". 비록 외롭고 헤매는 우리들이지만 언젠가는 은하수 빛이 될 것이라 위로하는 "별". 마치 판소리의 고수가 북을 치며 장단을 맞추듯 묵직한 콘트라베이스 연주 위에 숨 쉬는 게 부끄러운 하루라며 솔직한 고백을 내뱉는 "그런날". 소박하고 꾸밈없는 사랑의 마음을 노래한 "애심". 어긋나버린 못난 마음을 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 "미안하오". 어른이 된 지금까지 토라진 채 마음 한 켠에 살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나를 달래기 위해 만들었다는 "심술꽃잎"은 나일론기타와 '정밀아'의 보컬만으로 밀도 있게 채워져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음원으로 발표된 나태주의 시에 곡을 붙인 "꽃"이 재편곡 되어 실렸다. 보컬과 피아노연주를 동시 원테이크로 녹음하여 한 호흡으로 담긴 사운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주는 굵직하고, 멜로디는 편안하며, 따뜻함과 서늘함을 오가는 명징한 목소리, 맥연한 듯 깊이 파고드는 노랫말을 들어보자. 그럴 때가 있다. 괜찮다 힘내라는 직접적인 말보다 지긋이 그저 바라봐 주는 한 발짝의 물러섬이 말 없는 포옹이 되어 감싸 안아주는 순간들 말이다. 콕 집은 색으로 명명할 수 없으나 분명한 고유의 색을 가진 '정밀아'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정밀아' 라는 음악가의 팔레트도 어쩌면 오묘하고도 유일한 은하수 색이 아닐는지. 그녀의 노래들 속에서, 삶 속에서 하찮기만 하던 우리는 꽃이 되고 별이 되고 달이 되고 계절이 되고 노래가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괜찮다. 그녀의 이번 앨범 [은하수]가 뭉클하게 반갑고 소중한 까닭이리라.
작사.작곡.편곡 by 정밀아 / 10번트랙 작사-나태주
Produced by 정밀아 Jeongmilla
Co-produced by 민상용 StudioLog
기타 – 조영덕, 이호석, 왕우람
베이스 – 구교진, 전창민
드럼 – 신동진, 서주영
피아노 – 성기문
코러스 – 이호석
녹음, 믹싱 by 민상용 StudioLog
마스터링 by 이재수 Sonority Mastering
ArtWork by 정밀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