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음악씬의 슈퍼 별종(Super Freak) '신세하(Xin Seha)'
80년대 뉴웨이브의 낭만적 정서를 특유의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새 싱글 [티를 내 (Timeline)]
관계의 설레임과 두려움, 유한함과 허무함을 영롱한 사운드의 신스팝으로 그려내다 / 미국 서부 힙합/일렉트로 씬의 레전드 'Egyptian Lover'의 리믹스도 함께 수록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예술 씬은 그 단어의 의미가 내포하는 속성상 보편적 시선에서 다소 전위적으로 비춰지는, 소위 '별종'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기존의 질서나 시류에 부합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에 집착하는, 그래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마다하지 않는 '진짜' 아티스트들의 씬인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 지형도에서 소위 '인디 씬'이라 통칭되는, 홍대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역시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역사를 통해 수많은 별종들을 탄생시켰다. 때로 이 별종들의 영향력은 씬을 넘어 대중음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신세하'(Xin Seha)는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이 씬에 존재하는 다양한 별종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가는 별종일 것이다. 조금 멋을 부려 '슈퍼 별종'(Super Freak)이라고 표현할 만하다. 이 별종 중 별종이 그 날카로운 개성과 재능을 처음 드러낸 것은 지금은 'Greater Fools Records'의 동료 아티스트인 '김아일'의 2014년 앨범 [Boylife In 12'']를 통해서였다. 80년대 뉴웨이브의 영향을 짙게 받은 듯 몽롱함 가득한 신스 사운드와 심플하지만 차진 리듬 워킹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때로는 추상적인, 때로는 펑키한 바이브는 당시 한국의 힙합 씬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고 참신했는데 놀랍게도 이 앨범의 모든 트랙들이 당시 겨우 스물둘이었던 '신세하'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렇게 '비트메이커로서' 첫 두각을 드러냈다.
한 해가 지나고 본인의 데뷔 앨범 [24Town]이 세상에 공개되었다.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의 것인 이 앨범을 통해 마침내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출한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독특한 개성뿐 아니라 컨셉트, 음악, 비주얼 등 모든 예술적 영역을 스스로 관장하는 프로듀서로서의 영민함이 이 데뷔작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뉴웨이브, 신스팝, 훵크(Funk) 기반의 댄스뮤직 등 80년대의 유산들에 시선을 두고 이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사운드는 역시나 이 시기의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패션, 비주얼을 촉매 삼아 강렬한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수록곡 '맞닿음", "내일이 매일" 등의 뮤직비디오에서 나타나는 복고풍의 패션, 보깅(Voguing) 댄스, 키치함 가득한 포즈와 카메라워크 등이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는 그 순간, 우리는 '신세하'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를, 그 진수를 비로소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앨범이 그저 그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작업하던 시점에서 가장 흥미 있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자연스레 표현한 것일 뿐 딱히 의식적으로 특정한 장르, 스타일을 추구한 결과물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다시 한 해가 지나고 그가 새롭게 공개하는 싱글 [티를 내 (Timeline)] 안에는 전작과는 또 조금 다른 느낌의 '신세하'가 담겨있다. [24Town]이 뉴웨이브에 바탕을 두면서도 미니멀 하우스, 신쓰 훵크 등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던 데 반해 이 곡의 사운드는 신스팝적인 요소가 보다 뚜렷하다. 영롱한 신스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몽환적 무드와 낭만적이고 달콤한 멜로디에선 일견 슈게이징, 트위팝의 향취도 느껴진다. 가사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도무지 그 의미를 해석하기 힘들었던 전작의 가사들과는 대조적으로 또렷한 의미를 가진 언어들을 통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사는 누군가와 누군가의 두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 새로운 만남과 인연이 탄생하지만 결국 이 각자의 시간들은 어느 시점에서 다시 본래의 방향 그대로 다른 곳을 향해 흐른다'고 노래하며 '관계'와 '시간'에 관한 고찰을 비유적 표현들로 풀어내고 있는 것. [24Town]의 수록곡 "내일이 매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던 "내일이 매일 같다"는 표현이 이 곡에서 다시금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사뭇 흥미롭다.
아주 의외의 리믹스 트랙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N.W.A.'로 회자되는 갱스터랩 시대의 도래 이전, 808(롤랜드사의 TR-808 리듬머신)을 활용한 힙합/일렉트로 음악을 선보이며 활약했던 미국 서부 힙합씬의 1세대격 래퍼/프로듀서/디제이 'Egyptian Lover'가 리믹스 트랙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더욱이 훵크와 일렉트로닉에 음악적 기반을 두었던 아티스트란 점에서 리믹서 선택 역시 '신세하답다'고 할 수 있겠다.
싱글 [티를 내 (Timeline)]는 본인의 통산 세 번째 발매작이자 소속 레이블인 'Greater Fools Records'가 인디씬의 주요한 레이블인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의 협업을 통해 선보이는 첫 번째 작품이다.
-글: 김설탕 (POCLANO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