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DOSE OF MUSIC!
장르, 스타일, 분야에 경계를 두지 않고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와 레이블을 세상에 소개하는
'포크라노스'의 첫 컴필레이션 [EMERGING]
2015년에 런칭, 한국 인디펜던트/언더그라운드 음악씬의 다양한 흐름을 실시간으로 세상에 전파하며 독창적인 색깔의 아티스트들과 새로움을 갈구하는 대중들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고 있는 디지털 음악 유통사 '포크라노스(POCLANOS)'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EMERGING'
e·merg·ing / [imə́:rdƷiŋ] / 최근 생겨난, 최근에 만들어진, 신흥의, 떠오르는
타이틀이 컴필레이션의 컨셉트를 명백하게 표현한다.
한국의 독립음악 씬에 출현한 새로운 재능들, 앞으로 씬에서 주목 받을 것이 확실한, 혹은 이미 주목 받고 있어 이후 더 많은, 일반 대중들에게도 필히 알려지게 될 특별한 아티스트 열두 팀의 음악이 수록되었다.
1. 새소년 / 긴 꿈
황소윤(기타/보컬), 문팬시(베이스), 강토(드럼)으로 이뤄진 혼성 3인조 '새소년'의 데뷔 싱글. 몽글몽글한 사운드와 기분 좋은 비트 위로 황소윤의 개성적이고 짙은 허스키 보이스가 어우러진다. 곡의 드라마틱한 구성에는 프로듀서로 참여한 '실리카겔'의 멤버 김한주의 터치가 한 몫을 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애니메이터 '츠치야 호지'가 무려 4개월에 걸쳐 만들어낸 뮤직비디오가 압권으로 2017년 최고의 뮤직비디오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오는 10월에 대망의 첫 번째 EP 발매를 앞두고 있다.
2. 신해경 / 모두 주세요
본래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더 미러(The Mirror)'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그가 자신의 이름 '신해경'을 걸고 처음 발표한 EP [나의 가역반응]은 2017년 한국 인디음악 씬의 가장 큰 발견 중 하나다. 아름다운 팝의 선율과 촘촘하게 쌓아 올린 기타 노이즈, 유약하지만 시적인 가사를 노래하는 신해경의 보컬이 융합해 만들어낸 화학반응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순식간에 팬덤을 형성했다. 대표곡 '모두 주세요'는 신해경의 음악세계가 만들어내는 아련함과 격정의 공존을 가장 인상적으로 그려내는 드라마틱한 곡이다.
3.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 #
본래는 '안다영 밴드'라는 다소 투박한 이름이었으나 '시규어로스'의 음반 [Með suð i eyrum við spilum endalaust (귓가에 남은 잔향 속에서 우리는 연주한다)]에서 영감을 받아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으로 밴드명을 바꾼 후 발표한 첫 번째 EP가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이다. 안다영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특유의 '느린 춤' 같은, 부드럽고 고요하게 흐르고, 또 이따금씩 고조되지만 다시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사운드로 표현된다. '포스트록'으로 분류될 만한 음악이건만 포스트록 특유의 끝으로 치달을 것 같은 다이나믹한 고조는 이들의 음악에 없다. 그저 아름다운 울림이 파동의 크기만을 달리하며 당신의 귓가에 흐를 뿐.
4. 이랑 / 신의 놀이
뮤지션이자 감독, 만화가, 글쟁이인 이랑이 전통적인 CD의 형태가 아닌 에세이 형식의 도서와 도서 안에 음원 다운로드 코드를 포함하는 형식으로 발매해 화제를 모은 동명의 음반에 수록된 곡.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예리한 노랫말들처럼, 인간의 생에 대한 이랑의 결코 가볍지 않은 고찰이 이 앨범 전반에 깔려있으며 좋은 이야기꾼 이랑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제 1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했으며 이때의 수상소감과 트로피 판매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5. 데카당 / 봄
밴드 '데카당'의 데뷔 EP [ㅔ] 수록곡. 데카당은 진동욱(보컬/기타), 박창현(기타), 이현석(드럼), 설영인(베이스)의 같은 고교 출신의 또래 네 사람이 결성한 밴드로 19세기 후반 유럽의 향락, 탐미적 예술운동이었던 '데카당스'가 밴드명의 모태가 되었다. 록, 알앤비, 소울, 블루스, 재즈 등 다양한 요소들이 특정할 수 없는 형태로 뒤섞여 표현되는 이들의 음악은 어디로 튈지 짐작불가한 극적인 전환,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공존해 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이제 갓 결성 1년을 지난 밴드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노련한 완급조절과 더불어 근래 등장한 가장 개성적인 스타일의 보컬리스트 중 한 사람인 진동욱의 보컬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라 할 만하다.
6. 신세하(Xin Seha) / Tell Her
가수, 작곡가, 프로듀서, 비트메이커로 이미 언더그라운드 씬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슈퍼 별종' 신세하가 올해 초에 발표한 EP [7F, the Void]에 수록된 곡. 전작 [24Town]에서 올드스쿨 훵크, 뉴웨이브 등에 기반을 두고 다분히 '댄스뮤직'스러운 음악을 선사했던 그는 이 음반에서는 되려 나른하면서도 음울한, 동시에 다소 퇴폐적이기도 한 분위기가 전반을 지배하는 슬로우잼 알앤비와 스무스한 신스팝 성향의 음악들을 담아내고 있다. 여전히 '시간',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가운데 파편적 키워드의 나열로 일관했던 전작과는 달리 차츰 '문장'으로서 뚜렷한 형태를 지니고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노랫말 역시 이 음반에서 감지되는 도드라진 변화 중 하나다. 음반의 마침표이면서 타이틀곡이기도 한 'Tell Her'는 영롱한 신스 사운드와 차진 리듬워킹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내는 멜랑콜리한 무드가 근사하다.
7. YESEO(예서) / Rude
비트메이커와 보컬리스트의 역할이 분리되는 성향이 강한, 게다가 여성 프로듀서의 수가 눈에 띄게 적은 전자음악 씬에서 싱어송라이터이면서 동시에 비트메이커, 프로듀서이기도 한 YESEO(예서)의 존재는 특별하고 동시에 매우 희소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환경을 떠나서라도 예서의 음악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특별함과 희소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고 첫 EP [Million Things]는 그 증명이다. 예쁘고 캐치한, 잘 짜여진 팝의 멜로디가 '일렉트로닉'의 어법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무드의 곡들을 수록하고 있는 이 EP에서 'Rude'는 가장 팝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댄서블한 트랙이라 도드라지는 트랙이다. 타이틀곡인 'Silhouette'과 완전히 다른 바이브의 곡이지만 되려 그 점이 컴필레이션 수록곡으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8.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 / 그대야 안녕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인디돌 특집에서 밴드 '잔나비'와 함께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밴드가 있는데 바로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이다. 함병선(보컬), 정원중(기타/신스), 황성수(베이스/신스), 함필립(신스), 김보람(드럼)의 5인조로 2013년에 결성되었다. 록 사운드를 기반에 두고 신스 사운드를 가미한 정도의 느낌이었던 초기의 스타일에서 현재는 되려 신스팝/일렉트로닉-팝의 색채가 더욱 짙어진, 밴드 이름처럼 '밤'의 감성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준다. 잘 정제된 멜로디와 사운드와 더불어 굳이 감정의 과잉으로 치닫지 않는 섬세하고도 안정적인, 그러면서도 농밀한 정서의 음악이 이 밴드의 매력이고 '그대야 안녕'은 밴드의 그런 매력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9. 사비나앤드론즈 / Don't Break Your Heart
많은 이들의 가슴을 흔들었던 첫 앨범 [Gayo] 이후 무려 5년. 행여 사비나는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와 함께 다시 한 번 그녀의 음악을 듣기를 염원한 이들 대부분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노래를 통해 어떤 '위로'를 얻고 싶었던 것 아닐까. 이윽고 5년 만에, 불쑥 다시 돌아온 '사비나앤드론즈'의 음악은 이전과는 조금은 결이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사비나의 노래는 여전히 부드럽게 마음 속 깊은 곳을 어루만지며 지난한 일상에 휘둘려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위로와 위안의 노래, 많은 이들이 사비나앤드론즈를 그리워한 이유다.
10. 파라솔, 실리카겔/ Space Angel
'파라솔'과 '실리카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밴드가 만났다. 지윤해(보컬/베이스), 김나은(기타/코러스), 정원진(드럼)의 3인조인 파라솔은 단촐한 편성에서 나오는 단촐한 사운드와 지윤해의 나른한 보컬로 권태로운 일상을 노래한다. 최근 두 번째 정규앨범인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발매했다. '실리카겔'은 최근 등장한 젊은 밴드 중 단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밴드다. 구경모(베이스), 김건재(드럼), 김민수(기타/보컬), 김민영(VJ), 김한주(건반/보컬), 이대희(VJ), 최웅희(기타)의 7인조로 시청각을 모두 자극하는 사운드와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이 밴드는 EBS 스페이스공감 '헬로루키' 우승, 케이-루키즈 우승,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수상 등 신인 밴드가 받을 수 있는 상이란 상은 죄다 휩쓸어버리며 씬의 중심부로 '진격'하고 있다. 음악 색채가 전혀 다른 두 밴드가 합작한 만큼 이 싱글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괴이한 구성을 취하면서-그럼에도 결국엔 너무나 근사한-무려 7분 가까이의 대곡으로 완성되었다.
11. 김사월X김해원 / 허니 베이비 (Honey Baby)
김사월X김해원의 첫 EP [비밀]은 근 몇 년을 통틀어 한국 인디씬에서 등장한 가장 인상적인 음반 중 하나일 것이다. 그에 응당하게 이들은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다부문인 5개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최우수 포크 음반상'과 '올해의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사랑의 달콤한 면 이면에 있는 듯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조금은 쓴 맛이 나는 사랑의 노래, 김사월X김해원의 음악에는 묘하게 팽팽한 긴장감과 농염한 관능이 스멀거린다.2014년 작품인 [비밀] EP 뒤 무려 2년, 꽤 오랜만에 돌아온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아슬아슬 위태로운, 어딘지 공허한 듯한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지만 한결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기운을 풍긴다. 여전히 청순과 뇌쇄를 오가는 김사월의 음색은 눅눅한 중저음의 김해원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비로소 '치명적'이 된다.
12. 오존(O3ohn) / untitled01
'신세하 앤 더 타운(XinSeha& The Town)'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온 그가 솔로 아티스트로 등장해 이 노래가 담긴 EP [O]를 불쑥 내민 순간, 우리는 가슴 깊숙한 곳을 찌르는 근사한 음색과 훌륭한 송라이팅 능력을 두루 지닌, 진짜 괜찮은 싱어송라이터를 만나게 되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낭만과 서늘한 우수를 함께 품고 있는 오존의 노래는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동시에 '힙'한 것을 찾는 이들의 촉각을 잡아 끄는 지점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고요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그의 음악은 아예 안 들을 순 있어도 결코 한 번만 들을 수는 없다.
Compiled by POCLANOS
Artwork design by 김에테르
Commentary by 김설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