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탁 [해사냥]
신인 뮤지션 '건탁'이 첫 미니앨범 [해사냥]을 발표했다. 무명 인디밴드의 리더로, 야근에 지친 회사원으로, 때론 영락없는 백수 자취생으로 살아오며 수 년 간 품어 왔던 노래들을 추리고 추렸다. 여기에 한 장르로 묶어낼 수 없는 다양한 색을 입혀, 그의 첫 미니앨범 [해사냥]이 탄생했다. 건탁은 이번 작품에서 작사, 작곡은 물론 편곡과 믹싱 단계에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다섯 곡으로 이루어진 작은 세계를 선보였다. 덤덤한 듯 시적인 노랫말에서는 건탁 특유의 감수성과 더불어 한 단어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는 고민이 느껴진다. 또한 세심한 사운드 연출로 자연스레 곡마다 각각의 배경을 상상토록 한다.
앨범의 아트워크는 미술가 장종완이 음원을 직접 감상한 후 구상하여, 그의 작품 세계 속 한 지점으로 완성해냈고, 편곡과 사운드 메이킹 전반은 오랜 음악적 동료인 황댕 (HwangDaeng)과 공동으로 작업했다. 건탁의 음악은 마냥 낯설지만은 않으면서도 한 장르로 규정짓기도, 비슷한 다른 뮤지션을 연상해내기도 쉽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안고 올 1월, 정체불명의 음악을 원하는 음악팬들에게 건탁의 앨범을 권한다.
1. "손" - 육중한 그루브와 곡 전체를 아우르는 기타 리프, 역동적인 브라스 섹션으로 앨범의 포문을 연다. 안도현 시인의 시 '도둑들' 중 일부를 인용하였으며, 거친 보컬과 대비되는 섬세한 은유로 관계의 한 지점에서 느끼는 민감한 감정들을 담아냈다.
02. "허수아비" - 옅게 깔리는 로터리 톤의 기타와 차분히 가라앉은 보컬로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눕지도 잠들지도 못한 채 홀로 주변을 바라보는 허수아비에 빗대어 고독을 노래하는 시적 은유가 돋보인다.
03. "서울의 달" - 이번 미니앨범에서 건탁의 포크적 감성이 가장 도드라지는 곡이다. 규칙적인 음보와 대구의 반복으로 형성되는 보컬 멜로디의 리듬은 '주인을 잃어버린 꿈'을 짊어진 채 '또 걸어야'만 하는 노래 속 청년의 모습을 닮았다.
04. "해사냥" - 편곡 콘셉트의 첫 데모 버전이 완성된 순간, 이번 미니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낙점했다고 한다. 곡의 도입부터 밀려오는 거친 오르간 사운드를 중심으로, 섬세하게 배치된 악기들이 묘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그 소리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목소리는 먼 바다를 떠도는 범선 한 척이 되어 열망을 노래한다.
05. "별이 노래하는 밤" - 피아노 한 대와 함께 시종일관 절제된 보컬로, 밤마다 악몽에 잠 못 이루는 이를 위로하는 곡이다. 편안한 사운드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불현듯 등장하는 보코더 사운드의 믹스 앤드 매치는 잠에 빠져들기 직전의 아득한 공간으로 듣는 이를 이끄는 듯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