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부드러운 소프트록을 전면으로 배치하면서도 특유의 그루브는 여전히 유지한 영국 밴드 마마스 건의 세 번째 정규 앨범 [Cheap Hotel]
2009년에 발표한 첫 앨범 [Routes To Riches]에 이은 두 번째 앨범 [The Life And Soul](2011), 그리고 첫 단독 내한공연을 앞둔 밴드가 한국 팬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비정규 트랙 모음집 [Other Side Of Mamas Gun](2011), 그리고 커버곡 모음집 (한국 팬들과 2013년 팬타포트 페스티벌 공연을 위해 확장판으로 발매) [Aversions Extra Edition](2013)까지 모두 네 장의 앨범이 국내에 소개되었다. 이들의 모국인 영국보다 오히려 일본과 한국에서 더 많은 앨범이 소개된 상태다. 지난번 앨범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마마스 건은 일본과 한국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일본에서는 당대 최고의 팝 스타인 비욘세에 능가하는 차트 성적을 기록했고, 한국에서는 이들이 발표한 모든 앨범이 이제는 실시간으로 (때로는 모국보다 먼저) 소개되고 있으며 단독공연과 페스티벌 공연 등으로 익숙한 밴드가 되어 있다. 특히 두 번의 페스티벌 무대에서 마마스 건이 선사한 그루브는 몸과 마음을 동시에 움직이는 음악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그 동안 마마스 건의 활동에서 크게 위기라고 할 만한 사건은 없었다. 앨범은 순조롭게 공개되었고, 평도 좋은 편이었으며, 라이브에서도 스튜디오보다 훨씬 현장감 넘치는 그루브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아마 가장 큰 위기라면 지금까지 공개한 네 장의 앨범 전체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베이시스트 렉스 호란 (Rex Horan)의 탈퇴가 되겠다. 앤디 플래츠 (Andy Platts. 보컬)가 함께 밴드를 할 멤버를 찾는 광고를 내자 가장 먼저 연락해온 이후 마마스 건의 리듬 파트를 책임졌던 렉스 호란의 탈퇴에 팬들은 걱정했다. 마마스 건의 그루브가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지만 렉스 호란의 뒤를 이어 마마스 건의 베이스 자리를 채운 후 국내 페스티벌 무대에 선 젊은 베이시스트 카메론 도슨(Cameron Dawson)은 그런 우려를 단번에 날려버렸다. 마마스 건의 음악이 선사한 관능적인 꿈틀거림은 멤버 교체에도 여전했다. 그렇다면, 마마스 건에게 위기라고 할 만한 일은 없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 라인업은 현재까지 이어진다. 그러니까, 가장 최근에 한국을 찾았던 라인업 그대로다. 밴드의 핵심 작곡가이자 보컬 앤디 플랫츠가 여전히 마마스 건의 중추 역할을 담당했고, 테리 루이스 (Terry Lewis. 기타), 데이브 올리버 (Dave Oliver. 키보드), 잭 폴릿 (Jack Pollitt. 드럼), 그리고 카메론 도슨 (Cameron Dawson. 베이스)의 다섯명은 적잖은 공연등으로 호흡을 맞추며 마마스 건의 음악을 여유 속에서도 탄력적인 사운드로 만들어내고 있다.
흥미롭게도, 카메론 도슨이 라이브가 아닌 레코딩으로 처음 참여했기 때문인지 정규 앨범으로는 3년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앨범 [Cheap Hotel](2014)은 이전 앨범들과 분위기가 약간 다르다. 듣는 이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관능적인 그루브보다는 70년대 소프트록 밴드들이 선사했던 여유가 오히려 더 진하다. 스무드 재즈 또는 그루브를 앞세운 펑키 사운드는 이미 다 보여주었다는 듯 말이다. 물론, 이전 앨범에서 마마스 건의 음악이 7, 80년대 소프트록 밴드와 닮아 있다고 느끼게 했던 곡은 많다. 이번 앨범은 그런 요소가 그루브에 앞섰다는 뜻이지, 전혀 새로운 음악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새 앨범의 소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밴드의 음악 철학을 담은 곡이 여럿 담겨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누군가의 위태로운 삶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따뜻한 시선이다. 또 하나를 이야기한다면 음악과 다양한 삶의 형태에서 현재와 대비되는 과거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도 이번 앨범이 주로 선택한 주요 소재다. 아마 앨범의 톱 트랙이자 싱글로 커트한 "Red Cassette"는 이번 앨범 속 마마스 건의 음악을 요약해주는 핵심 트랙이다. 음악 속에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그루브와 함께 단단하게 곡의 중심을 잡은 여유가 돋보인다. 과거의 추억의 물품을 간직한 신발상자에서 발견한 빨간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바쁘게 살아가는 현재 일상에서 벗어나 과거의 황금 시절로 돌아가고픈 심경을 노래하면서 밴드가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본격적인 소프트록 밴드가 되었다는 듯 차분하게 진행하는 "Burn And Fade"를 들어보면 이전 앨범들에서 느꼈던 차분함보다 훨씬 단단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아, 마마스 건을 모르는 팬들에게 70년대 소프트록 밴드라고 소개하고 들려준다면 조금도 의심하지 못할 "Hello Goodnight"이 있다. 마치 최고의 소프트록 밴드였던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 (Electric Light Orchestra. E.L.O)의 음악이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과거의 음악을 선보이는 트랙이다. 게다가 마마스 건의 음악에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곡의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는 오케스트레이션이 강렬하게 돋보이는 트랙이기도 하다. E.L.O의 목표가 로큰롤과 오케스트라를 결합한 음악이었듯, 마마스 건도 록과 오케스트라를 이 곡에서 최적의 순간에 소리가 드러나도록 만들고 있다. 사실 여유 또는 소프트록이라는 요소로 마마스 건의 이번 앨범을 설명했지만, 마마스 건이 국내 팬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꿈틀거리는 그 그루브는 여전하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마치 프린스 (Prince)가 노래하듯 녹음한 앨범 타이틀 곡 "Cheap Hotel"은 80년대 팝 펑키 사운드로 돌아간 것 같은 복고 그루브를 선사한다. "Jessie" 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며, "Joy Rides"도 팝의 황금기인 80년대 그루브로 회귀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Music Is My Thing"과 "Siamese Jackson"에서 선사하는 생동감 넘치는 리듬도 마마스 건이 지금까지 들려주었던 바로 그 사운드다. 소프트록 밴드처럼 연주한 곡들에서도 마마스 건 특유의 리듬감을 잃지 않고 있어 기존 팬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팬들까지 흡수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다.
이번 앨범의 첫 싱글 "Red Cassette"에서 이야기한 빨간 라벨 붙은 카세트 테이프는 라디오를 들으며 감성을 키워왔던 그 시절을 상징하는 사물이다. 우리나라 음악 팬들에게도 카세트 테이프는 음악을 들으며 행복해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도록 이끄는 흥미로운 사물일 것이다. 마마스 건은 음악과 연관된 과거의 이야기를 "Music Is My Thing"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놓는다. 이 노래 속에 등장하는 대중음악의 전설들은 마마스 건이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마마스 건의 음악에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들이다. 레이디 데이라고 불렀던 빌리 홀리데이의 블루스, 아레사 프랭클린의 리듬앤블루스, 마빈 게이나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의 소울, 프레디 머큐리 (또는 퀸)의 오페라틱 록, 지미 헨드릭스의 관능적인 사이키델릭 록, 조니 미첼의 포크와 비틀즈의 로큰롤까지 모두 대중음악의 핵심이자 마마스 건의 음악에서 핵심 요소들이다. "Music is my salvation: just me and my old guitar"라는 가사를 통해 음악만이 자신을 구원해줄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Midas Touch"도 이번 앨범에서 마마스 건의 음악철학을 담아놓은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많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에 영감을 제공하는 뮤즈를 자신의 음악에 담아놓고 하는데, 마마스 건은 이번 앨범에 그런 노래를 담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많은 사랑노래가 있는데도 여전히 사랑노래를 만들도록 해주는 ‘당신’에 대해 첫 앨범 수록곡 "You Are The Music"에서 이미 노래했기 때문이다." 마마스 건이 한국에 대해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건 앨범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에도 마마스 건은 한국 팬들을 위해 보너스 트랙을 선사했다. 한국반에는 13곡을 수록한 정규 앨범 수록곡은 당연히 모두 담겨 있고, "Telephone Ring"과 "You, Me, Us And Everybody", 그리고 BBC에서 연주한 어쿠스틱 라이브 트랙 "Hello Goodnight"을 추가했다. 'Telephone Ring'은 마마스 건이 선사하는 스무드 재즈 트랙이고, "You, Me, Us And Everybody"는 레게와 결합한 소프트록이다. 퀸의 영향을 받은 앨범 버전과 달리 어쿠스틱 라이브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준다.
마마스 건의 다이내믹한 그루브를 사랑했던 팬이라면 이번 마마스 건의 세 번째 앨범이 언뜻 밋밋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마스 건은 이 세 번째 앨범에서 두 장의 앨범이 보여준 그루브는 조금 뒤로 미뤄두고 음악 그 자체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프트록을 전면에 배치했다. 마마스 건이 의도한 차분한 흔들림을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마마스 건이 선사했던 꿈틀거리는 리듬감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세 번째 정규 앨범 [Cheap Hetel]은 마마스 건의 음악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