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영' [단편집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그녀는 벌써 6일째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았다. 집 밖을 나가지 않은 건 이보다 며칠 더 된 듯했다. 처음 하루는 출근시간을 넘겨 걸려온 상사의 전화에 갑자기 몸살이 났다며 죄송하다 수화기에 대고 머리를 조아렸고, 그 다음날은 문자로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으니 며칠 휴가가 필요하다고 통보를 했고, 이후론 아예 휴대폰을 방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진작에 방전 됐을테지만 왠지 걱정이 들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 누워 숨 쉬고 있을 뿐이었다.
이 시작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녀도 알 수가 없었다. 언제나와 같았고, 그대로의 일상이었다.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날, 문득. 그녀는 심연에 홀로 가라앉아 고열에 신음하고 있었다. 꼭 그렇게 되고마는 예감했던 일이라던가 충분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 쉽게 슬퍼지는 일같은 것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괜찮은 듯 웃어넘겼던 지난 시간들이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그녀를 괴롭게하는 것은 지금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방 안은 이따금 내뱉는 한숨소리보다 더 잦게, 그녀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노래가 들렸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늘 곁을 함께해주던 너의 목소리였다. 찬바람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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